기업들 '수시채용 바람'…LG생건은 상시·LS엠트론은 분기채용

입력 2019-07-31 17:22   수정 2019-08-01 00:39

현대차그룹 '공채 폐지' 이후 다양한 채용 방식 확산

삼성·롯데 "하반기 공채 유지"
SK, 3년내 완전 수시채용 전환



[ 공태윤 기자 ]
코오롱그룹은 지난 17일 채용사이트에 7월 정기공채 공고를 올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제조) 등 4개 계열사가 16개 모집분야에서 신입·경력사원을 뽑는다는 내용이다. 코오롱은 올 들어 두 차례 월별 정기공채를 했다.

LS엠트론은 24일 채용사이트에 ‘3분기 신입·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영업·홍보·환경안전 등 3개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LS엠트론은 2013년부터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뽑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9개월간 상품기획자(MD) 수습과정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수시채용 공고를 냈다.

국내 주요 기업이 정기 공개채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수시채용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업의 채용방식은 크게 △현대자동차처럼 채용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채용 △공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월별·분기별 채용 △공채 유지 등으로 나뉘고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국내 기업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공채를 당장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은 공채를 보완할 다양한 방식의 수시채용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채로 뽑는 삼성, 수시채용 현대차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에도 공채로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삼성은 1957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했다. 1993년에는 파격적으로 대졸 여성을 공채(139명)로 뽑기도 했다. 입사 필기시험인 인·적성검사도 삼성이 최초로 도입했다. 인재선발의 유연성을 위해 2014년 1월 총장추천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삼성이 대졸공채를 포기하는 경우 다른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채용시장에서는 삼성이 당분간 공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졸공채 이외 경력직은 수시채용을 통해 뽑고 있다.

롯데그룹도 당분간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도입하겠지만 공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2월 10대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공채 폐지’를 선언한 뒤 ‘수시채용’만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해 오다가 올해부터는 공채를 아예 없앤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공채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된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각 부서에 맞는 인력을 필요할 때마다 뽑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 일부 계열사는 인턴십 검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SK그룹도 대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공채를 없애기로 했다. 취업준비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2~3년에 걸쳐 완전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SK는 몇 년 전부터 ‘상반기 인턴, 하반기 공채’를 통해 신입직원을 선발해 왔다. 다만 올 하반기는 예정대로 공채를 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공채 시스템을 통해서는 숨겨진 인재를 발굴하기 쉽지 않았다”며 “공채 폐지나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채용 트렌드”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하반기부터 수시채용”

LG그룹은 계열사별로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LG화학은 공채 이외 산학협력 인턴십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LG생활건강, LG상사는 LG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된 인재풀을 대상으로 상시채용하고 있다. LG전자의 국내영업본부는 채용연계형 인턴을 통해 신입직원을 뽑는다.

공채를 보완할 다양한 수시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오롱은 올해부터 ‘채용연계형 인턴십(상반기 모집)·수시채용(월별 필요 시)·하반기 대졸공채’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신입직원을 뽑고 있다. 코오롱그룹 인사담당자는 “지난해까지 경력직 위주로 월별 공채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계열사에서 채용 수요가 생길 때마다 신입·경력직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은 ‘1분기 채용·여름 채용형 인턴·3분기 채용·하반기 대졸공채’ 등으로 네 차례 뽑고 있다. 2013년부터 이 방식을 통해 한 해 100명 안팎의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공채 폐지는 불황을 겪은 조선업에서 시작됐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2016년 하반기 공채를 폐지했다. 대신 조선학과가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추천채용을 통해 신입직원을 뽑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하반기 50명을 공채했다. 2014년 285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뒤 무려 4년 만의 채용이었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공채 이외 수시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정보기술(IT)과 디지털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ICT 디지털 분야에서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직은 여전히 공채를 통해 뽑는다. KEB하나은행도 당장 올 하반기 채용부터 공채와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뽑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이 도입하는 수시채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턴십 검증기간을 거쳐 뽑는 신입사원과 글로벌·디지털 등 전문분야의 채용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공채 폐지는 확정된 바 없다”며 “내년에도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부터 연간 4회 정도 수시채용을 할 계획이다. 국민 신한 우리 기업 농협은행은 하반기에도 공채를 할 예정이다.

■정기 공개채용

국내 기업이 대학졸업자(2월·8월)를 대상으로 상·하반기 대규모로 채용하는 방식. 1957년 삼성이 대졸 공채를 처음 시행한 이래 주요 기업들이 이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아왔다.

■수시채용

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력 수요가 생겼을 때 채용공고를 통해 충원하는 채용방식.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부터 수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기로 한 데 이어 SK그룹도 최근 수시채용을 하기로 했다.

■상시채용

주로 외국계 기업의 채용방식. 회사 채용 홈페이지에 지원 창구를 열어놓고 상시 지원을 받아 인력 수요가 생기면 지원자 가운데 면접 등을 통해 뽑는다. LG상사, LG생활건강 등도 이런 방식으로 채용 중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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