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은행 비중 97%…쏠림현상 문제
비이자·비은행·해외수익 비중 40%로 확대
손태승 "단기 성과보다 체계적 포트폴리오 구축"
[편집자주] 4대 금융지주가 소란스럽다. 포화되고 있는 국내 은행업을 벗어나 추가 성장을 위한 동력 마련에 분주하다. 2019년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을 조망해 봤다.
지난해 12월 우리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손태승 회장(사진·우리은행장 겸임)은 현직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임이 가장 확정적인 인물이다. 올 1월 우리금융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올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순이익 1조1790억원)을 내놨기 때문이다.
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달 19일 주요 임직원 380여명을 대상으로 중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일명 '40-40-40 비전'이다. 40-40-40 비전은 2021년까지 비이자이익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업군(포트폴리오)을 다변화해 비이자 및 비은행 수익을 높이고,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다. 수익성이 좋은 증권(투자사업)과 보험 없이는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하기 힘들다. 경쟁사인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와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 이익 비중이 가장 높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1523억원으로 그룹 전체 이익의 97%를 차지했다. 평균 70~80% 수준인 경쟁사와 비교해 쏠림이 뚜렷하다.
은행만 놓고 봐도 수익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은 1.49%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보다 각각 0.21%포인트와 0.09%포인트 낮다. 순이익에서 앞선 KEB하나은행과 비교해서도 0.05%포인트 뒤처져 있다.
손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40-40-40 비전과 함께 하반기 5대 경영 전략(안정적 그룹체제 구축, 사업포트폴리오 확충, 4대(WM·글로벌·CIB·디지털) 성장동력 강화, 리스크관리 고도화, 그룹 경영 시너지 창출)을 내놓은 이유다.
다만 서두르진 않겠다는 게 손 회장의 입장이다. 속도감 있는 경영 전략을 펼치겠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목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손 회장이 틈날 때마다 "그룹 재건 작업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전략기획부장 출신인 손 회장은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평가받는다. 대형 M&A(인수합병)는 물론이고 소규모 투자(100억 이하)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R(투자설명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올 들어 진행한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인수 역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손 회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올해 순이익이 2조1673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지주사 편입 전) 우리은행 순이익(2조190억원) 보다 8% 성장한 규모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올해 캐피탈과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인수 대상으로 부동산신탁사 손보사 NPL투자회사 리츠사도 언급되는 등 비은행 부문 확충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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