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 '핵 공유체제'는 선택 아닌 의무다

입력 2019-08-01 17:44  

전술핵 재배치 논의 대신
核 운용의 한·미 협조 보장하는
'핵 공유체제' 강화하고

'한국형 3축체계' 구축 서둘러
독자 대처능력 키워야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前 국방부 정책실장 >



최근 미국 국방대의 보고서가 북핵 위협 대처에 관한 담론에 불을 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포기 결단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하다. 더욱이 북한은 핵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로 적대행위를 일삼고 있다. 지금 정부는 북한에 따끔한 경고 메시지조차 못 내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런 와중에 핵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미국 장교들이 한·미·일 핵 공유체제의 필요성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핵 공유체제’(Nuclear Sharing System) 란 미국이 동맹국 또는 우방국과 상호 합의에 따라 핵 운용의 계획·준비·실행 과정에 대한 협조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핵심 안보기제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각고정려(刻苦精勵)했다고 평가한다. 한·미 국방부는 2010년 한미(확장)억제전략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를 설치했다. 이 회의체에서 다룬 중요 의제는 안보협의회의(SCM)에 상정돼 양국 장관의 승인을 거쳐 실행에 옮겨졌다. 억제전략위원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고위참모그룹(HLG: High Level Group), 안보협의회의는 핵기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의 위상과 기능에 비견되는 협의체다. 2016년에는 장관의 의사결정을 기민하게 보좌하기 위해 위기관리기능(KCM: KIDD ad hoc Consultation Mechanism)을 추가 설치했다.

이와 같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한·미 양국은 2013~2014년부터 한반도 상황조건에 ‘맞춤형’으로 억제전략과 대응작전(4D작전: Detect(탐지)-Disrupt(교란)-Destroy(파괴)-Defend(방어)) 개념을 정립해 적용했다. 이 개념을 토대로 다양한 대응수단의 확충을 숙의해왔다. 또 북한의 핵 사용 협박, 핵 사용 임박, 실제 핵 사용 등의 상황을 설정해 최적 대응 방안을 안출하는 방식으로 거부적·보복적 연합 억제력을 발전시켜왔다.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지금은 이런 ‘제한적’ 핵 공유체제를 진화하는 데 힘써야 할 때다.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에 관한 논쟁은 그다음이다. NATO의 핵심 사례는 우리에게 유익하다.

NATO에서도 핵 운용을 위한 최종 결심은 미국 대통령만의 불가침 권한이다. 그러나 핵 투발 계획을 실행하기 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당사국과 상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작전을 실행하기 직전에 계획을 공유하는 체제다. 나아가 당사국의 일부 전투기는 핵(B61-12 전술핵폭탄) 운반 능력과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미국 전략 폭격기(B-52·B-2)를 엄호하는 연습(SNOWCAT: Support to Nuclear Operation With Conventional Aircraft Training)도 시행하고 있다. 작전의 실행 과정을 공유하고 숙달하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실전 배치 중인 F-35의 활용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를 강요할 명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 또 안전한 저장·관리가 부담스럽고 유사시 기지요원과 시설은 물론, 주변지역 주민의 생존성도 취약해진다. 마침 미국은 올가을부터 ‘저위력 열 핵탄두’(W76-2)를 핵잠수함의 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에 장착해 핵 사용 옵션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 신형 무기는 어디에 있든지 적 중심을 정밀 타격함으로써 적의 대응과 확전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기에 가장 위협적인 수단이다. 여기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한·미 핵 공유체제까지 강화한다면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한·미 또는 한·미·일 핵 공유체제는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우리의 자강노력인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핵 위협의 초기단계, 즉 미국 전략자산 전개 전에 한국군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위충분성’ 능력만큼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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