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에 돌입하는 셈이다.
2일 오전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한 달만에 또 다른 형태의 경제보복을 추가로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일 방송되는 아리랑TV 토론에 출연해 일본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강행에 대해 "일본이 수출품 직간접적으로 제어하며 한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KEI)의 트로이 스탄가론 선임연구원과 화상 연결을 통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일으킬 파급효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먼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시킨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게 된다면 일어날 파장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 부품과 제품에 의존하던 한국 기업들이 심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전자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며, 물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이번 2차 경제 보복이 1차 보복과 다른 점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의 물량이나 시간 등을 직간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물량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지체할 수 있고 점차적으로 물량을 확대하면서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제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책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일본이 아닌 다른 수입 루트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아쉬운 점은 부품을 국산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다른 수입 루트를 찾는다고 해도 일본 제품에 버금가는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면서 “결론적으로 정부는 오랜 시간을 들여 부품을 국산화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일본 경제에 끼칠 효과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과 일본 경제 사이에는 연관된 부분이나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본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한일 무역전쟁’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심은 일본은 해당 무역 전쟁을 일종의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거라는 계산 하에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한국이 일본의 보복 조치를 WTO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WTO를 통한 문제 해결은 현실적으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이 이 문제를 WTO에 정식으로 제소하기 전에 정확한 이해관계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트로이 스탄가론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시킨 일본의 조치는 전 세계 전자 산업을 위기로 몰 수 있다”면서 “현재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가 넘는 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들의 생산 라인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 업체들과 거래를 하던 다른 나라들의 기업에도 타격이 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양국의 복잡하고 특수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한국과 일본이 직접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이 갈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들은 이미 서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으면서 국제 거래 규칙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다른 나라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일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한국의 장기적인 대응책에 대해 김 교수는 “지속적으로 일본의 국제법 위반을 어필하며 우리 측이 현실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안을 고려해야한다”면서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1965조약으로 경제적 특혜를 받아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양보해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한 심도 있는 토론은 5일 오전 7시 30분 아리랑 TV <the :="" affairs="" point="" world="">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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