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예술제에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日 언론도 정면 비판

입력 2019-08-04 11:36  

아사히 신문, 1면에 비판 보도 실어
한국의 반일 시위 자세히 보도하기도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된 것에 대해 일본 주요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반박하는 기사를 실었다.

아사히신문은 4일 1면 보도를 통해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전·그후’ 전시가 75일간 전시예정이었지만 3일 만에 막을 내렸다"며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찬반이 있겠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그 기회가 닫혀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에는 소녀상 외에도 헌법 9조를 주제로 한 일본의 전통 시가 하이쿠(俳句),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을 포함한 초상이 타오르는 듯한 영상작품 등이 선보였다. 그러나 개관 직후 전시실에서 한 남자가 소녀상에 대해 "지금까지 매번 트리엔날레오고 있지만 최악이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또한 소녀상의 머리에 봉지를 씌우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 회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테러 예고나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화나 메일이 와서 안전한 운영이 우려된다”면서 “오늘을 끝으로 (소녀상이 전시되고 있는) ‘표현의 부자유전·그후’ 전시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지난 1일 예술제 개막 후 항의 전화와 이메일은 1400여건에 달한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많은 방문자들이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며 (전시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비열한 협박성 전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 또한 소녀상 전시 중단 소식과 함께 "전시를 계속해야 한다"는 일본펜클럽의 성명 내용을 1면에 함께 게재했다.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 씨는 전시 중단에 대해 "역사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불관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서 불고 있는 반일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카미야 타게시 기자는 '한국시위 격화, 도라에몽 상영 연기…'의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터트리면서 서울의 일본 대사관 근처에서 항의 시위를하는 등 반발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영화인 도라에몽은 개봉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고, 일본인의 입점을 거부하는 음식점도 나타났다"면서도 "정치 판단과 일본과의 경제 · 문화 교류 등을 나누어 냉정 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당초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되면서 영화 개봉과 시사회 일정 모두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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