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드윈 퓰너 "韓·日이 싸우면 美도 고통…'3각 동맹' 틈 벌리려는 中·北에만 도움"

입력 2019-08-04 17:06   수정 2019-08-05 09:20

'트럼프 멘토'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한·일 어느 한쪽 편만 든다면
美 이익에 도움 안돼"



[ 주용석 기자 ]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현 아시아센터 회장)는 3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한·미·일의 틈을 벌리려는 중국과 북한에만 도움이 될 뿐”이라며 한·일에 ‘분쟁 중지’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 서로 멀어지는 걸 지켜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유지하고, 일본의 수출통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한국도 이에 맞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이 서로 멀어지는 걸 지켜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건 유감입니다. 한·일 모두 냉철하고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미·일은 지금 서로 불화를 감당할 형편이 아닙니다. 한·일 모두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유지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사와 경제 문제가 한·미·일 3자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고려는 어떻게 봅니까.

“지소미아는 아시아에서 북한의 광범위한 위협에 맞서 동맹국 간 통합 정보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협정입니다. (한·일) 어느 한 나라라도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한·미·일 모두에 해가 됩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뿐 아니라 하늘과 바다를 통한 급습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광범위한 공조 체제로 확대돼야 합니다. 우리가 나누기와 빼기가 아니라 더하기와 곱하기를 해야 할 때 미국의 가까운 두 동맹이 다투는 걸 보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한·일 갈등 해소와 더 나은 미래 관계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국과 일본 모두 더 이상 무역 갈등을 확대해선 안 됩니다. 대신 수출 통제를 논의할 실무 대화를 즉각 개시해야 합니다. 일본은 한국이 (만약 문제가 있다면) 고칠 수 있도록 한국의 수출통제 시스템 중 일본이 우려하는 사항이 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양측이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동안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유지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뭘 해야 합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직접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더 이상의 갈등 확대 조치를 피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미 행정부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진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한·일 분쟁은 미국과 아시아 핵심 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중국과 북한의 오랜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목적에만 도움이 될 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친분 때문에 일본을 더 편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한·일 관료들은 해결하기 힘든 똑같은 이슈를 끊임없이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종종 상대방 국가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한·일 정부 어느 쪽에도 미래의 협정이 지속될 것이란 신뢰가 부족한데, 이는 양측이 갈등 해소를 위해 서로 양보하는 걸 어렵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과거사에 대한 한·일 양국의 비타협적인 태도 때문에 좌절감을 느껴왔습니다. 미국은 이미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다시 끌려들어갈 유인이 없습니다. 또한 핵심 동맹 중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으로 비치는 건 미국에 유리할 게 없습니다.”

▷북한이 최근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어떻게 봅니까.

“북한은 올해 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를 여덟 차례 위반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 지도자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며 북한의 행동이 갖는 의미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한·미 군사훈련 취소 등 대북억제와 방어능력 약화라는 위험을 감수했지만, 북한의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도 진전된 것이 없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물질 생산시설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6~7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방안은 무엇입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하고, 제재를 이행해야 합니다.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북한) 인권을 옹호해야 합니다. 강력한 억제력과 방어 능력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입니다.”

▷한국은 올해 말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재개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부르며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동맹국에 ‘방위비를 늘려 자국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푼돈 아끼려다 큰돈 잃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합니다. 한국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대신 합리적인 선에서 인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동맹은 거래 관계가 아니라 가치와 목표의 공유에 기반합니다. 동맹의 가치는 달러와 센트로 측정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한국이 참여해야 할까요.

“한국의 경제 활력은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안전한 원유 수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자국의 전략적 이해를 방어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이들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참여해야 합니다.”

■에드윈 퓰너 창립자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77)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집단의 대부 같은 존재다. 1973년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하고 36년간 회장을 맡아 헤리티지재단을 미국 최고의 보수 싱크탱크로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을 지냈고,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990년대 그의 밑에서 일했다. 한국의 정계·재계·학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는 대표적 친한파이기도 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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