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옵디보 등과 병용
신규 항암제 개발에 주력할 것
주주 요청따라 지분 추가 매입"
[ 박상익/김진성 기자 ] 신라젠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옵디보 등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신라젠, 간암 치료 병용 임상 전격 중단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동 CCMM빌딩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이엘의 간암 표적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펙사벡의 병용 임상 3상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미국 내 임상 참여 연구자들로 구성된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신라젠은 2016년 1월부터 뉴질랜드 미국 한국 등에서 간암 병용요법 임상을 해왔다.
신라젠은 이번 임상 중단에도 펙사벡의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문 대표는 “임상 3상 조기 종료는 펙사벡 문제가 아니라 항암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행요법의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펙사벡의 항암 능력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고 했다. 그는 “신장암 대장암 등의 병용 치료제는 여전히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제로 승부수
신라젠은 펙사벡을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신라젠은 현재 다국적 제약사 BMS의 옵디보와 여보이, 사노피의 리브타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4종의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유방암 환자 중 간으로 암이 전이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펙사벡의 병용 임상도 내년 1분기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는 “초기 임상을 통해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글로벌 임상 3상의 잔여 예산을 신규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과 술전요법(수술 전 요법)에 투입하는 등 병용 임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신라젠은 일부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획도 밝혔다. 문 대표는 “임상 데이터가 일정 수준 확보되는 대로 라이선스 아웃을 진행하겠다”며 “간암 병용 임상 결과와는 무관하게 다른 적응증 병용 임상의 효능 데이터가 우수하면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지분 추가 매입 용의”
문 대표는 지분 매입 의사도 밝혔다. 일부 주주들이 그동안 문 대표에게 지분 추가 매입을 요청해온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표는 신라젠 지분 5.18%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직 세금, 부채 등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회사를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라젠이 지난 3월 발행한 11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사간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CB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 후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이 회사는 최근 주가 하락세를 반영해 발행 당시 7만111원이던 주식 전환가격을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조정 한도인 4만9078원까지 낮췄다. 더는 전환가격을 떨어뜨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CB는 사실상 연 1% 이자(만기 수익률은 연 3%)를 주는 채권이 됐다. 해당 CB 발행을 주관하면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키움증권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 증권사는 신라젠 CB 중 1000억원어치를 인수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판매하고 있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 2일 DMC의 임상 중단 권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한가를 기록, 하루 만에 9400여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3위(3조1654억원)에서 6위(2조2168억원)로 내려앉았다.
박상익/김진성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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