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채권 가격 역대 최고…안전자산으로 '피난 행렬' 가속화

입력 2019-08-04 17:38   수정 2019-08-05 01:06

해외 채권형·대체투자 펀드 등
달러 표시 금융상품으로 뭉칫돈



[ 이호기 기자 ] 안전자산으로의 피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달러, 채권 등은 갈 곳 잃은 투자금이 몰려들면서 올 들어 최고 가격 기록을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갈등까지 겹쳐 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으로의 도피(flight to haven)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KRX 금시장에서 g당 금 가격은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사상 최고치인 5만5410원을 기록했다. 한 돈(3.75g)당 가격으로는 20만7787원이다. 올 들어 19.8% 급등했다. 국제 금 가격도 올 들어 11.5% 상승했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 금값 상승률이 국제 시세보다 더 높았다.

거래량도 역대 최대 규모다. 2일 하루 KRX 금시장에서 거래된 금은 149㎏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하루평균 거래량은 26.7㎏으로 전년(19.6㎏)보다 36%가량 늘었다. 개인투자자가 올 들어 403.5㎏ 매수했으며 기관과 외국인도 각각 124.7㎏, 6.5㎏을 사들였다.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사상 최저(채권가격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일 0.049%포인트 급락한 연 1.26%로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이 1.2%대로 내려온 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내려졌던 2016년 6월께 사상 최저치인 연 1.20%를 기록한 이후 3년여 만이다. 5년 만기 국고채도 연 1.2%대 금리에 진입했다. 10년 이상 중장기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연 1.3%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채권형 펀드에도 뭉칫돈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 271개에 순유입된 자금은 10조376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된 2일 하루에 들어온 자금만 3350억원에 달했다.

기축 통화인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크게 늘고 있다. 작년 말 달러당 1115원70전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2일 7.38% 오른 1198원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해외 채권형 펀드나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3조7646억원에 이른다.

대내외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8월 이후 악화되고 있는 대외 여건이 수출 및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압력도 커질 것”이라며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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