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전략가 손무는 그의 저서 <손자>에서 적을 이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다. 특히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아니라 백 번을 싸워도 아군을 위태롭지 않게 하는 백전불태(百戰不殆)가 낫다고 했다.
전쟁 이전에 전쟁을 일으킬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전력과 아군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 먼저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적군을 알고 아군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지만,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된다. 적군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역량을 다해 승리했다 해도 아군 역시 큰 희생을 치르고 국력까지 소모한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승리한 전쟁이라도 국력이 약화된다면 제3국의 침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막대한 지출로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고 경제적으로 얻는 게 없다면 승리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종의 경제침략으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답답한 마음이 이해는 가나, 이럴수록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손무가 2500년 전 제시한 손자병법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줄 수 있다.
일본과 갈등을 풀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먼저, 우리가 얻으려는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은 무엇인지 명확히 점검해야 한다. 일본의 전력은 무엇이며,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전력은 어느 정도인지 냉정히 규명해야 한다.
한편 싸우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그리고 방법이 있다면 이를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손무의 말대로 싸우지 않으면서 위태롭지 않게 하는 것이 최상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대결을 선택할 경우엔 우리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중국과 대만이, 전지산업은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들 국가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무의 ‘백전불태 해법’에서 지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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