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나 석탄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아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공장 발전소뿐만 아니라 부엌에서도 발생한다. 중금속, 방사능, 유해화학성분 등을 포함하며 대기 중 장기간 떠다니는 먼지 중 입경 10μm 이하를 미세먼지(PM10), 2.5μm 이하인 경우를 초미세먼지 또는 극미세먼지(PM 2.5)로 세분해 부르기도 한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에서 20명이 사망한 도노라 스모그 사건, 1952년 영국에서 약 41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스모그는 미세먼지가 치명적인 독성물질임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역학조사가 이뤄졌고 특히 PM10 이하의 미세먼지가 취약 집단의 질병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음이 밝혀졌다.
미세먼지는 체내에서 강력한 산화적 공격인자로 작용해 전신에 걸쳐 생리적 반응, 생화학적 반응 심지어 행동반응까지도 파괴하거나 변화시킨다. 인체의 중요한 효소반응을 무력화하고 세포막을 산화시켜 각 세포나 조직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다양한 염증질환을 유발한다.
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세포의 핵과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정보인 DNA를 손상시키거나 DNA 배열을 멋대로 바꿈으로써 암과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요즘 폐암, 백혈병, 간암 등 각종 암과 대상포진, 루게릭병, 치매가 부쩍 늘어난 것도 미세먼지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격을 받아 DNA가 손상되면 소변에서 유전자가 파괴돼 생기는 분해산물인 8-OHDG(8-hydroxy2-deoxyguanosine)가 대량 검출된다. 8-OHDG는 중금속중독, 자가면역질환, 종양질환을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극초미세먼지로 알려진 나노미세먼지의 정의는 아직까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명확하지 않지만 보통 0.1um 이하를 말한다. 미세먼지가 머리카락 굵기의 6분의 1가량이니 나노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600분의 1 정도 크기인 셈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호주, 유럽 등 선진국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2018년 수도권에서 측정된 나노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호주, 유럽 평균의 3~10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나노미세먼지는 대부분 피부나 혈액으로 바로 흡수돼 쉽게 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을 통해 호흡기나 폐 이외의 기관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동맥경화, 심혈관계손상, 유전자손상, 신경조직흡착에 의한 뇌 또는 말초신경계 손상, 심근경색, 생식기 손상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매연과 실내먼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뽑힌다.
초미세먼지는 에어로졸 상태로 대기 중에 존재하는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균질한 분포를 보이지만 나노미세먼지는 오염원이 존재하는 특정지역에서만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경우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나노미세먼지는 국내의 자동차, 공장, 실내먼지 등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나노미세먼지를 10배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에 의하면 나노미세먼지는 깊은 폐포까지 침투해 침적되는 경향을 보이며 그 크기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나노미세먼지의 크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전세계 92%가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을 받아 해마다 6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2025년에는 1000만명 이상이 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다고 전망했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건 아이들이다. 6년간 실시된 주요 연구에 따르면 대기가 오염된 도시에 사는 어린이는 정상인보다 폐활량이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의 폐기능 이상은 영구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환경부가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합동으로 서울시 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원인은 국내(52%), 국외(48%)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결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공장 등 사업장(38%)이 가장 컸으며, 건설 및 선박(16%), 발전소(15%) 등이 뒤를 이었다. 낡은 경유 차량(11%)도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연 실내는 바깥보다 대기오염으로부터 안전할까? 미국환경보호국(EPA)은 실내 대기오염이 실외 대기오염보다 2~5배 더 심하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실내공기는 바깥 미세먼지에 요리연기(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건축자재(라돈, 유해화학성분) 등 집안 미세먼지들이 합쳐진 것으로 실외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4가지를 지켜야 한다. 첫째 환기를 자주 하고 요리할 때에는 환풍기를 가동해야 한다. 둘째 미세먼지를 해독하는 식물들을 키우거나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야 한다. 셋째 일상 생활용품 중 유해물질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인공향수는 대기 중 물질과 결합해 건강에 해로운 물질로 변할 수 있다. 세제를 무향료로 바꾸고 각종 스프레이나 탈취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다. 넷째 아로니아베리 등 항산화식품 섭취로 미세먼지로 인해 산화적 스트레스를 받는 피부나 조직이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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