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신흥국 자금 이탈 '도미노 쇼크' 오나

입력 2019-08-06 17:31   수정 2019-08-07 00:53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가치 약세
美국채·金 등 안전자산에 '뭉칫돈'



[ 김현석 기자 ]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로 옮겨붙으면서 신흥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글로벌 위기 조짐이 일 때마다 나타나는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과 주가·통화가치 폭락이 이번에도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매가 벌어졌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한때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해 25,000선이 깨질 뻔했다. 막판 반발 매수세로 결국 767포인트(2.90%) 떨어진 채 마감했다. 포인트로만 따지면 이날 하락폭은 역대 여섯 번째로 컸다. S&P500지수는 2.98%, 나스닥은 3.47% 각각 내려 하락폭이 더 컸다.

시장 불안은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신흥국 증시와 통화로 퍼졌다.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이날 3.33% 폭락했다.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의 상파울루증시에선 보베스파지수가 2.51% 급락한 100,097로 마감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1.69% 오른 달러당 3.957헤알을 기록했다. 지난 5월 30일(3.979헤알) 후 가장 높다. 인도 루피화와 멕시코 페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도 1~2% 가치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통화 약세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낮추려고 할 때 해외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머징 마켓 통화는 2016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신흥국 증시는 올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지프 퀸란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 은, 일본 엔화 등에는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0.122%포인트 내린 연 1.742%에 마감돼 2016년 1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한때 연 1.672%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스위스와 독일의 국채는 만기에 상관없이 모든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5.62엔으로 전날보다 0.46% 올랐고,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5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비트코인 값도 이날 1만1940달러까지 치솟아 다시 1만2000달러 선에 근접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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