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일본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한국 배제 결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도심 한복판에 일본 보이콧을 알리는 '노 재팬(NO Japan) 배너기'를 설치했다가 시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끝내 철거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너기를 내리도록 하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서 구청장은 "일본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처드려 죄송하다"면서 "중구청의 NO재팬 배너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앞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중구의 No 재팬 배너에 대해 "상인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민주당에서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케 논란이 있다. 대낮 음주가 사케냐 백화수복이냐 논란으로 확산되자 조국 수석이 "야당이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 "면서 "전국 일식집이 다 망해야 하나"라고 두둔했던 것을 꼬집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하 최고위원은 "민주당 소속 서양호 중구청장은 일본 관광객들 많이 오는 명동 상가에 'No Japan' 깃발을 내건다고 한다"면서 "그 깃발 내걸면 당연히 일본 관광객 줄어들고 그 불똥은 명동 상인들에게 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식집 걱정하는 그 똑같은 마음으로 명동 상인들 피해주는 중구청장에 대해 민주당은 엄하게 질책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일본 불매운동을 악용하는 정치꾼들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하 최고위원은 서 구청장의 배너 철거 소식에 "여론의 뭇매를 맞자 중구청이 No Japan 깃발 내리기로 했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무분별한 선동'과 '냉정한 대응'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다시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한 토론회에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이 했던 발언 중 '의병의 역할과 관군의 역할을 따로 있다'는 말을 서 구청장에게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구는 오는 15일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동호로, 청계천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등 서울 도심 22개 거리에 태극기와 함께 '노 재팬 배너기' 1100여개를 설치했다. 해당 배너기에는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노재팬 배너기 설치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형성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하는 등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결국 철거를 결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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