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접수 중단
[ 김순신 기자 ] 정부의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 예산이 조기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 덕분에 300만원 안팎의 전기스쿠터를 64만원만 부담하면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신청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도시에선 예산이 바닥나 보조금 접수를 중단했다.
7개월 만에 바닥 드러낸 보조금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일 전기이륜차 구매자들의 보조금 신청을 마감했다. 지난 2월 보조금 신청을 받은 지 7개월 만에 보조금 신청 건수가 올해 공급 물량으로 책정한 1900대가 훌쩍 넘는 2080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조금으로 편성한 예산이 소진돼 보조금 접수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며 “추가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올해 이륜차 보조금 지급은 마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대구, 인천 등 주요 도시도 보조금이 마른 것은 마찬가지다. 부산과 대구는 이미 예산 소진을 이유로 보조금 접수를 중단했고, 인천 역시 이번달에 보조금 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보조금 신청 건수가 공급 예정 물량을 넘어섰지만, 부적격자 등이 발생하고 있어 아직 접수해 대기번호를 주고 있다”며 “이달 중 예정 물량만큼 출고가 되면 보조금 지원 사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은 2017년 본격화됐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자체들은 매연을 내뿜는 배달 오토바이를 줄이기 위해 전기이륜차 구매를 장려했다.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경형 200만원, 소형 220만원을 기본으로 배터리 용량, 에너지 소비율, 출력 등이 우수하면 지급액을 늘리는 식으로 결정된다.
64만원 전기스쿠터 인기몰이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은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다. 4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보조금을 받아도 일반 오토바이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와코모터스가 289만원에 전기스쿠터인 ‘ev6’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차량의 보조금은 225만원. 64만원만 내면 스쿠터를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영업자와 출퇴근족이 전기이륜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한 이륜차 판매업자는 “기존에 보유한 오토바이를 폐차하면 받는 지원금(20만원)을 합치면 사실상 44만원에 살 수 있어 주문이 하루에도 10~20건씩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배달에 활용하기 위해 전기이륜차를 구매한 김모씨(45)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300원 정도의 전기료로 80㎞를 갈 수 있어 유지비용이 낮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조금 지급 방식이 전기이륜차 조기 매진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이 보조금을 한 대만 받을 수 있는 전기차와 달리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구매 대수 제한이 없다. 구매자가 명의를 2년간 바꿀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사재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ev6에 들어가는 충전용 배터리팩 가격이 99만원인데 신차 가격은 64만원”이라며 “배터리팩을 사는 대신 신차를 두 대 신청하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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