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재해석한 선과 악의 경계

입력 2019-08-07 17:04   수정 2019-08-08 00:28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원작 뮤지컬 '블루레인'
에밀 졸라 대표작 각색한 '테레즈 라캥' 무대에



[ 김희경 기자 ]
고전 소설을 재해석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 창작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바탕으로 한 ‘블루레인’과 에밀 졸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테레즈 라캥’이다.

9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블루레인’은 원작과 같이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극은 미국 유타주의 유지인 존 루키페르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장남 테오가 검거되고, 그의 이복동생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테오와 루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다. 루크는 이런 과거를 떠올리며 혼란스러워하고, 아버지가 자신을 통해 부활을 꿈꾼다는 환상에 시달리며 그날의 진실을 찾아 헤맨다. 이를 통해 작품은 악인을 죽이는 게 나쁜 일인지, 선과 악의 경계를 나눌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받은 작품이다. 연출은 뮤지컬 ‘인터뷰’와 ‘스모크’를 무대화한 추정화 감독이 맡았다. 주인공 테오 역에 이창희와 이주광, 루크 역에는 임병근과 박유덕이 캐스팅됐다. 공연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테레즈 라캥’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고모에게 맡겨진 테레즈는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테레즈는 어쩔 수 없이 카미유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한다. 그러던 중 카미유의 친구 로랑을 만나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급기야 카미유를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원초적인 죄의식과 번민으로 스스로 파멸하는 모습을 비춘다. 신인 창작자 정찬수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테레즈 역은 정인지, 나하나, 강채영이 맡았다. 다음달 1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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