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도크 운영 중형사 5곳
적정 생산능력대비 20% 초과
상반기 고작 3곳만 일감 따내
[ 김보형/선한결 기자 ]
법정관리 중인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3차 매각 시도가 지난 6월 실패했다. 9개 국내 중형 조선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선박을 수주한 곳은 대선조선과 대한조선, STX조선해양 등 세 곳뿐이다. 중형 조선사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가 ‘공급 과잉’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사보다는 중형사의 공급 과잉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감은 없는데 조선소 난립
7일 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간한 ‘한국 조선산업의 적정생산능력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의 생산능력은 1310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로 집계됐다. 적정 생산능력인 1250만CGT를 4.8% 웃돈다.
도크(선박 건조장) 27개를 보유한 대형 조선사 4곳(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의 생산능력은 1030만CGT로 적정치(1020만CGT)와 비슷했다. 반면 9개 도크를 운영 중인 중형 조선사 5곳(현대미포조선·대한조선·대선조선·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의 생산능력은 280만CGT로 적정치(230만CGT)를 20% 이상 웃돌았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중형 조선사와 기계 등 다른 업종에 매각한 도크를 포함할 경우 적정 생산능력 초과치는 최대 400만CGT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보고서는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조선업 초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박유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앞으로 10년간 도크 신설과 같은 조선업 생산능력 확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형 조선사 구조조정 시급”
중형 조선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집계 결과 2010년 39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국내 조선시장에서 11.7% 점유율을 기록한 중형 조선사의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6.2%(수주액 5억달러)에 그쳤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해운사들이 교역량 증가와 연료 효율성을 감안해 대형 선박을 주로 발주하고 있어 중형 조선사의 먹거리가 줄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중형 선박 발주량은 254만CGT로 작년보다 61.0% 급감했다. 대형 선박을 포함한 전체 선박 발주량 감소폭(-42.3%)을 웃돈다.
문제는 중형 조선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지역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 때문에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4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회생에 실패한 성동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등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선 대형 조선업계와 다른 양상이다. 일각에선 정책금융기관들이 관리하는 8개 조선·기자재 회사를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조선업계가 ‘생존을 위한 합병’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조선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보형/선한결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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