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주시장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유아콘텐츠기업 캐리소프트가 코스닥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수요예측까지 한 공모기업이 상장을 포기한 건 올해 들어 캐리소프트가 처음이다. 미·중 환율전쟁,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증시가 크게 악화하면서 IPO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캐리소프트는 7일 금융위원회에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기간(5~6일)에 코스닥지수가 10.4%(64.2포인트) 폭락한 게 결정적 이유였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시가 안정되는 대로 다시 준비해 되도록이면 올해 상장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캐리소프트는 유아동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캐리언니’ 등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독특한 사업을 하는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인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활용, 이달 코스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캐리소프트의 상장 철회가 증시 악화에 따른 공모주시장 위축의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중소·벤처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 캐리소프트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이달 신라젠이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바이오 등 적자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며 “캐리소프트처럼 적자를 내왔지만 미래 성장성을 내세워 상장하려는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공모주시장에서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공모기업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나노 신소재 기업인 나노브릭은 지난 1~2일 수요예측에서 39.3 대 1이라는 낮은 경쟁률을 내며 희망가격 범위(1만8000~2만2000원)에 못 미치는 1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7일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그린플러스는 공모가(1만원) 수준인 1만700원으로 첫날 장을 마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