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日수출규제 '첫 허가'…경색해소 신호탄인가, 작전상 후퇴인가

입력 2019-08-08 11:49   수정 2019-08-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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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반도체 소재 수출 개별허가 내줘
"안심하기엔 일러…보여주기식 액션일 수도"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약 한 달 만에 최초로 해당 품목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이 8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며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4일 일본 정부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3개 반도체 핵심 소재를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린 뒤 이번에 처음 개별허가를 내준 것이다. 개별허가에 부여되는 표준심사 기간 90일을 다 채우지 않고 30여일 만에 통과시켰다.

반도체 관련 업계 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도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견해가 엇갈렸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 상황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조이기를 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수출규제를 일부 푸는 것으로 풀이했다.

반면 이번 조치를 일본의 ‘작전상 후퇴’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이 사실상 정치적 이슈로 경제적 금수 조치를 단행, 자유무역 질서를 위배했다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허가라는 분석. 한국 반도체 기업을 타격해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공급망)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란 우려에도 변호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산케이신문은 “이번 수출 허가로 한국이 주장하는 ‘금수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세계의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학계 전문가는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만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 큰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소재는 수출을 다소 지연시키더라도 전면 금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진짜 문제는 한국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시스템 반도체다. 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달아 시스템 반도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집중 투자하기로 한 비메모리(시스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쪽이야말로 일본이 목줄을 쥐고 있다. 일본이 마음먹고 공격해도 글로벌 생태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소 여부가 핵심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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