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관리 (3) 하이브리드 코칭
스포츠에 뿌리 둔 코칭
스스로 해답 찾아내게
맞춤형 질문·조언 중시
몸치도 반나절만 배우면 테니스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코칭. 1975년 미국 ABC 방송사가 한 테니스 코치의 허언장담을 폭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코치의 주장이 얼토당토않다고 판단한 방송팀은 지난 수년간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55세 몸치 여성 몰리를 섭외했습니다. 방송팀은 코치를 찾아가 정말 반나절 만에 몰리에게 테니스를 가르칠 수 있느냐고 문의했습니다. 코치는 흔쾌히 도전에 응했습니다.
코치는 코트 건너편에서 넘어오는 공을 직접 쳐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공이 바닥을 치고 튀어오르면 ‘바운스’라고 소리내어 말하고, 공이 라켓에 맞으면 ‘힛’이라고 말하라는 것이었죠. 몰리는 코치의 스트로크 동작을 보면서 ‘바운스, 힛’을 반복했습니다. 이어 코치는 몰리에게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내주며 넘어오는 공을 보고 계속 ‘바운스, 힛’이라고 말하게 했습니다. 공을 쳐서 넘겨야 하느냐는 몰리의 질문에 코치는 처음엔 소리만 내다가 원하는 때에 공을 쳐도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을 쳐다보며 ‘바운스, 힛’을 반복하던 몰리는 이내 직접 라켓을 휘둘러 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레슨 시작 7분 만에 코치는 몰리에게 백핸드 스트로크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바운스, 힛’을 반복하면서 라켓으로 공을 맞히라고 지시했죠. 이내 몰리의 동작이 흐트러졌습니다. 그러자 코치는 몰리에게 라켓을 잡지 않은 왼손의 위치를 물었죠. 몰리가 자신의 실수를 의식하지 못하게 방해한 것입니다. 몰리는 코치의 지시대로 왼손 위치에 집중하느라 다시 무의식적으로 백핸드 스트로크 동작을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레슨 시작 17분 후 코치는 몰리에게 서브 동작을 가르쳤습니다. 코치는 ‘서브는 춤동작과 같다’면서 시연했습니다. 이때 코치는 자신의 동작에 맞춰 ‘타다~ 타’라는 허밍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몰리에게 그 소리를 따라 하도록 지시했죠. 이어 몰리에게 눈을 감고 서브 동작을 상상하면서 허밍소리를 반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눈을 뜨고 직접 서브를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에서 몰리는 공을 놓쳤습니다. 코치는 몰리가 실수를 의식하지 않도록 곧바로 ‘생각하지 말고’ 다시 서브를 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몰리는 어설프지만 첫 번째 서브를 해냈습니다.
몰리는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지 20분 만에 서브와 스트로크를 섞어가며 코치와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변화에 감탄한 몰리는 카메라를 향해 탄성을 질렀습니다. “와! 보세요. 제가 테니스를 하고 있어요.”
이너게임 코칭으로 스타 된 갤웨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이 테니스 코치의 이름은 티머시 갤웨이입니다. 그는 하버드대 테니스 주장으로 후배들을 가르쳤던 인물입니다. 어느 날 갤웨이가 학생을 코칭하던 중 몇 분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런데 코트에 돌아와보니 그 학생이 계속해서 실패하던 동작 하나를 이미 정복한 상태였죠. 갤웨이는 그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선수 스스로 자신의 동작을 살펴보면 코치의 도움 없이도 그 동작을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후 갤웨이는 깨달음을 정리해서 <테니스의 이너게임>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코트 건너편 상대와 하는 외부게임만큼이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 생각과 벌이는 내부게임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책이었죠.
갤웨이의 이너게임 코칭은 몇 가지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답은 이미 선수가 가지고 있다. 그러니 선수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돕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둘째, 선수가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부정적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신의 동작에 집중하면 그 동작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결국 무의식적으로도 그 동작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코칭은 21세기 지식사회에서 중요한 경영기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코칭이 스포츠에서 시작된 것은 대부분 스포츠 경기에서 한 팀의 숫자가 20명을 넘지 않는다는 데 기인합니다. 그래서 선수 한 사람의 역량이 곧 팀 전체의 역량을 결정하죠. 이런 까닭에 개별 선수에게 맞춤형 조언과 훈련을 제공하는 코칭은 효과적인 성과 창출 방법이 된 것입니다.
기계에 의존하는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은 코칭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래서 스포츠에 뿌리를 둔 코칭을 적극 수용해서 경영기법으로 정착시켰죠. 비즈니스 코칭은 최근까지도 전통적인 스포츠 코칭 방법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리자가 답을 주지 않는다, 직원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이런 전통적 코칭법은 신체적, 감정적 활동의 교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식노동의 성과 개선에서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코칭에는 스포츠 코칭과는 다른 기법이 필요하죠.
코칭·티칭 장점 결합 하이브리드코칭
필자가 10여 년 전 국장급 고위공무원을 코칭할 때 두 가지 기법을 시도했습니다. 첫째, 필자는 코칭과 티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코칭을 시도했죠. 질문으로 상대방의 각성을 일깨우려고 노력하되, 결정적인 순간에 컨설팅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해 상대방이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전통적 코칭방법론을 고수하는 코치들은 이런 시도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죠. 하지만 필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지식노동에서는 지식이 문제 해결의 핵심인데, 지식은 티칭 없이 코칭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는 마치 학생에게 극한과 미분을 가르치지 않고 문제를 깊게 생각하면 미분, 더 나아가 적분문제도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필자는 코칭에 동양적 사고를 추가해 인간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입체적 코칭을 시도했습니다. 서양과 동양 사회에서 사람을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을 뜻하는 영어단어 ‘Individual’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뜻(un+dividable)을 포함하고 있죠. 그래서 코칭할 때도 코치가 당사자 한 사람과 상담합니다. 반면 우리는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죠. 이 단어는 단 한 사람이라도 여러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정의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동양적 사고를 반영해 필자는 국장을 코칭할 때 의도적으로 코칭 대상자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과장, 계장도 면담했습니다. 그래서 과장과 계장이 국장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고 격려해 변화를 촉진하도록 유도했죠. 최근에는 이런 방법론을 변형 계승한 그룹 코칭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코칭 방법론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조직은 제한된 시간과 돈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코칭은 티칭과 코칭의 장점을 결합해 지식노동의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기에 향후 기업에서 고려해볼 만합니다. 특히 관리자를 코치형 리더로 육성하고픈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죠. 더불어 조직 내 개인을 고립시키는 서구식 코칭 방법론을 넘어 상사와 구성원 또는 동료 사이 상호 소통을 활용하는 입체적 코칭 기법도 사용해보길 권합니다.
김용성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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