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시 아가르왈 '인도판 우버' 올라 창업자 겸 CEO "경영 독립성 지키는 게 돈보다 중요"

입력 2019-08-08 16:41   수정 2019-08-08 16:42

손정의 1조2000억 투자 제의 거절
인도서 우버 제치고 차량공유 1위로

'우버의 복사판' 호된 비판에도…
인도 지역 특성 반영해 차별화



[ 심은지 기자 ]
세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이에서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제의는 꿈 같은 일이다. 지난 4월 ‘인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업체 올라의 창업자 바비시 아가르왈 최고경영자(CEO)에게 그 제안이 왔다. 소프트뱅크는 무려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가르왈 CEO는 “경영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 투자금을 받으면 소프트뱅크 지분율이 40%로 올라가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최대주주인 만큼 향후 우버가 올라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인도 토종 차량공유업체인 올라를 독자적으로 키우겠다”는 30대 젊은 CEO의 기업가정신에 벤처업계가 주목한 이유다.

月 1000만 명이 이용하는 인도 기업

올라는 올해 설립 8년 차인 신생 차량공유업체다. 인도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인도 최대 차량공유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말 기준 인도 169개 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운전자, 월 1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투자업계에선 올라의 기업가치가 62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본다. 우버도 인도 시장에선 올라를 따라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가르왈 CEO는 인도 최고 명문대인 뭄바이공대 출신이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2년간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인도법인에서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그의 인생을 바꾼 순간은 24세이던 2011년이었다. 아가르왈 CEO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을 택했다. 학창 시절 친구인 안킷 바티와 뭄바이에 작은 사무실을 냈는데 이 회사가 올라의 전신인 ANI테크놀로지스였다.

예약 시스템으로 차별화 성공

사업 초기 올라는 ‘선발주자인 우버와 다를 바 없다’ ‘우버의 복사 버전’ 등의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호평으로 바뀌었다. 인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라는 모바일 결제 중심의 우버와 달리 현금 결제도 가능하다. 현금 사용이 익숙한 인도 현지 사정을 반영한 사례다.

간편한 승차 예약 방식도 올라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맞춰 앱(응용프로그램)에 간단한 정보만 올리면 된다. 따로 홈페이지에 세부 정보를 등록할 필요도 없다. 예약 차량이 오지 않으면 즉시 전액 환불될 뿐 아니라 예약 차량이 늦은 경우에는 대체 차량을 제공하거나 전액 환불해준다.

아가르왈 CEO는 일부러 자동차를 사지 않았다. 평소에도 올라를 이용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용자와 같이 생활하면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많이 나오지만 기업인을 움직이는 것은 공포가 아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쉬운 길’ 대신 경영 독립성 택해

사업 확장에 집중하던 아가르왈 CEO는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 대기업인 소프트뱅크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독자적 경영에 제한을 받을 것인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가르왈 CEO가 자신의 경영권을 계속 보장하는 조건에서 소프트뱅크의 출자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소프트뱅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출자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올라가 경영 독립성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소프트뱅크에서 거액을 유치하는 쉬운 길을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아가르왈 CEO는 다른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올해 한국 현대자동차로부터 2억4000만달러를,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의 사친 반살 창업자로부터 9000만달러를 유치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3년 뒤 IPO 추진”

인도 지역을 확보한 올라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우버·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그랩 등과 경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올라는 작년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음식배달사업도 시작했다. 우버이츠 등과 점유율 싸움을 하고 있다.

올라는 이르면 2022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아가르왈 CEO는 작년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인도 비즈니스 서밋’에서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독립 기업을 추구한다”며 “3~4년 안에 IPO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사람들은 가격보다는 가치에 집중한다”며 “인도 시장을 공략하려면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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