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효주 기자 ] 비빔면, 초계국수, 냉채…. 여름철 자주 찾는 음식이다. 이 먹거리의 공통점은 시큼함. 여름 별미의 레시피에는 ‘식초 한 숟갈’이 빠지지 않는다. 무더위에 식욕을 잃었을 때 식초의 신맛으로 입맛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초에 들어 있는 아세트산이 침샘을 자극해서다.
역사적으로도 신맛은 입맛을 돋우는 특효약이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망매해갈(望梅解渴)’이란 고사성어에서도 드러난다. ‘매실의 신맛을 상상해 갈증을 푼다’는 뜻이다. 위나라 조조가 이끌던 대군이 더운 지방을 행군하며 기력을 잃었다. 목은 타들어가는데 마실 물은 떨어졌다. 조조는 “가까운 곳에 매실나무 숲이 있다”며 병사들을 다독였다. 그 말에 입안에 침이 고인 병사들이 목마름을 이겨냈다는 스토리다.
고대 로마 군인들은 갈증과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식초를 물에 타 마셨다. 산성을 이용해 식초를 도구로 쓴 사례도 있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군대 행군을 가로막는 바위가 있을 경우 식초를 부어 바위를 쪼개 길을 냈다고 한다.
식초에는 한 가지 신맛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 남부 지방의 셰리와인으로 만든 셰리식초는 산도 8%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큼하다고 알려져 있다. 흰 쌀로 만든 식초는 산도 4.5%가량으로 산미가 가장 낮은 식초 중 하나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과 식초는 6~7% 정도다. 원료도 다양하다. 보리의 맥아로 만든 ‘몰트 식초’, 현미를 이용한 ‘흑초’,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등으로 만든 식초와 포도즙을 졸여 숙성시킨 ‘발사믹’까지. 무얼 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코코넛 식초, 파인애플 식초, 토마토 식초, 딸기 식초도 만들 수 있다.
식초는 그 힘을 생활 곳곳에서 발휘한다. 옷에 진 가벼운 얼룩은 식초로도 지울 수 있다. 얼룩이 생긴 자리에 식초를 바른 다음 10~15분가량 기다린 뒤 물에 씻어내면 된다. 땀에 얼룩진 흰 옷도 하얗게 할 수 있다. 세탁기에 흰 옷을 모아 식초 1컵 분량(250mL)을 넣고 ‘헹굼’을 누른다.
식초를 꼭 사먹어야 하나. 집에서도 얼마든지 쉽게 발효시켜 먹을 수 있다. 껍질은 그대로, 씨는 없앤 사과를 준비한다. 적당히 잘라 믹서에 간 뒤 유리병에 넣는다. 여기에 이스트를 사과 1㎏당 1g 비율로 넣는다. 이스트는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용기 입구를 면포로 밀봉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면포 위에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올려둔다. 3~4개월 뒤 동전이 청록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여기서 6개월가량 더 숙성시킨다. 기다린 만큼 더 건강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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