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놓고 '통미봉남' 하는 김정은…대북 '결단' 내릴 때다

입력 2019-08-11 17:49   수정 2019-08-12 00:17

또 발사체 도발하고 트럼프에게만 '해명' 편지 보낸 金
한국엔 "위력 시위에 질겁" 조롱…그런데도 정부는 침묵
北 망동에 제동 걸고 국민 안보불안 해소할 조치 시급



지난 주말 날아온 두 가지 뉴스는 ‘남북한 화해와 평화공존의 시대’를 강조해 온 우리 정부에 “상황을 제대로 장악하고 있는 건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최고 실권자 김정은에게서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는 뉴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김정은이 쓴 3페이지짜리 매우 아름다운 손편지(hand-letter)가 백악관 집무실로 직접 배달됐다”며 “미사일 발사 이유를 설명한 내용도 담겼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미 군사훈련이 계속돼 화가 났다.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워싱턴발(發)로 이런 뉴스가 나온 다음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 올 들어서만 일곱 번째 도발이다. 북한은 표적이 대한민국임이 명백한 단거리 무기를 연일 쏘아대고 있지만, 당사자인 한국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것과 같은 해명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 반대다. 북한은 7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위력 시위’에 질겁했다고 조롱한 데 이어 11일에는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겁먹은 개’에 비유하고 국방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지난 4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고 면박을 놓은 이후 막말 공세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이런 행동에는 짐작할 만한 이유가 없지 않다. 어떤 말을 지껄여도 잠자코 있으니 더 만만하게 여기는 탓일 수 있다. 그런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의 손짓을 하고 있다. 북한이 외무성 담화에서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연이은 편지 발송에 대해 “우리는 (친서 교환) 시스템이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건 더욱 심상치 않다. 그는 “나도 ‘전쟁 게임(war games)’에 행복하지 않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났을 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내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요약하자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직접 담판을 짓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논의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문제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에 대한민국은 더 이상 대화의 동반자가 아니라 우격다짐의 대상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고, 미국 정부도 지금까지의 한·미 동맹체제에서는 나오기 힘든 말들을 흘리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해도 망동을 규탄하고 경고하는 성명서 한 번 낸 적이 없다. 이런 와중에 우리 군사역량을 시험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공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의 안보가 정말 괜찮은 건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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