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영 기자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추진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 미·중 환율전쟁 등 매머드급 대외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담당 국책연구기관이 ‘코드 맞추기용 행사’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다.
오는 28~29일 열릴 이 행사에는 해외 전·현직 고위 정치인과 학자 등이 판문점을 견학하고 DMZ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10개 넘는 국책연구기관이 준비한 7개 세션이 서울 3개 특급호텔에서 동시통역으로 진행된다. 연설자 명단에는 국무총리, 서울시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이 올라 있다.
KIEP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기획한 이 행사는 올초 이재영 KIEP 원장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남북한 관계 평화가 곧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게 이 포럼 주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평화경제로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최근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포럼을 바라보는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일 무역분쟁이 벌어지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대형 대외 악재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데, 정작 담당 국책연구기관은 ‘코드 행사’에만 열중한다는 불만에서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한국 정부의 비난 발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불편’해졌는데도 포럼을 강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한·일 무역분쟁이 시작된 게 지난달 1일인데 12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세미나를 열었다”며 “대외 경제 이슈를 전담하는 기관이 민간 연구소만도 못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KIEP는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을 때도 사흘 뒤인 8일 오후에 자료를 발표했다.
KIEP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준비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뿐”이라며 “연구진도 관련 분석에 매진하고 있고, 연구원 차원에서도 홈페이지에 관련 메뉴를 개설하는 등 빠른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1일 기준 홈페이지 관련 코너에 올라온 게시물 20여 건 대부분은 이 원장의 인터뷰 등 언론보도 내용이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KIEP 자료를 참고하려고 들어갔는데 전혀 도움을 못 받았다”고 털어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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