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미국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시중금리가 급락한 영향이다. 다음달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경기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주 연 1.7% 초반으로 급락했다”며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리가 언젠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일본 등에는 국채와 우량 회사채 등 15조달러 규모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호황 속에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경기 불확실성을 부추기면서 미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말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지난주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온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면서 환율전쟁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시중금리가 폭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5% 후반까지 추락했다. 마크 매퀸 사가자문 채권매니저는 WSJ에 “10년 전에 당신이 마이너스 금리를 얘기했다면 모두 웃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전망에 빠르게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아직은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이들은 소수”라면서도 “Fed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글로벌 환율전쟁 가능성도 커진 만큼 마이너스 금리가 빨리 올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의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낮췄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무역전쟁이 경기 침체를 촉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무역전쟁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반영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다음달 1일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전까지 무역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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