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 소개로 만나 차비 외에는 비용 안 받았는데 …"
12일 고유정 사건 첫 정식 재판이 진행된 가운데 앞서 법무법인을 통해 고유정 변호를 맡았던 판사출신 A변호사가 다시 재사임을 공론화하면서 한 발언이다.
A 변호사는 13일 오전 법무법인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리며 고유정 사건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글에서 A 변호사는 “억울한 죄인을 후배의 소개로 만나 차비 외에는 별 비용 없이 소신껏 도우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법인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나름대로 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적었다.
이어 “어제(12일)는 내게만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이었으리라 본다”며 “(하지만)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셔서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8~9일 A 변호사 등 고유정 측 변호인 5명은 고유정의 변론을 맡았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그러나 고유정은 판사 출신 A 변호사를 중심으로 다시 변호인단을 꾸렸다.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9일 형사2부에 A변호사를 선임한다는 선임계를 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국선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물러났다. A 변호사는 사임계를 제출하고 나서도 피고인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 교도소를 수시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변호사는 당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과 사체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A 변호사가 고유정의 변호인을 맡은 데 대해 고익의 선임료를 받은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A변호사는 "후배 요청에 맡은 무료사건"이라며 수임료 추측을 일축했다.
하지만 A 변호사가 사임계를 제출한 이후에도 수시로 고유정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져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당일 재판에 출석한 B 변호사는 1차 공판에 앞서 A 변호사가 고용한 개인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고유정의 변호인단은 첫 재판에서 “세계 최초의 계획 없는 계획 살인”이라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고유정 변호사 B씨는 숨진 피해자에게 변태적 성욕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사건의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피해자가 설거지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고유정)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던 것”이라고 한 변호사는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또 고유정이 CCTV에 얼굴을 노출시키면서 한 모든 일련의 행동은 경찰에 체포될 수밖에 없는 행동으로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며 카레에 넣었다고 주장한 졸피뎀도 전 남편 강모씨가 먹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이 혈흔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묻은 고유정의 혈흔으로 강씨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중량’ 등을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부분에 대해서는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연예 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봤으며 뼈의 무게는 현 남편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꼬리곰탕 뼈 분리수거, 뼈 강도 등 연관검색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고유정 측의 이같은 주장에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변호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 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변호 내용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여론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익명으로 의견을 전한 모 법무법인 변호사는 "무료로 변호를 했다는 게 아직 입금을 못받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면서 "세간의 비난이 이렇게 높은 사건에 대해 무료로 변호를 해줬다는 말은 들어본 바가 없다. 판사출시 A 변호사의 약력으로 볼 때 거액을 받고 변호를 해주기로 했던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전했다.
고유정은 5월 22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표백제와 부탄가스, 비닐봉투, 칼 등 범행도구 구입하고 포인트까지 적립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후 25일 오후 8시~9시16분 제주시 조천읍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다음날 펜션 내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이어 27일 오후 피해자 유족이 경찰에 피해자 강씨 실종 신고를 한 뒤인 28일 오후 3시27분 제주시 한 마트에서 표백제와 드라이버 공구세트 등 남은 범행도구 환불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런 계획범죄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우발적 범행'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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