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산업생태계 다양한 기업 존재
활발한 협력은 임상 성공에 도움
의약품은 연구개발(R&D)부터 출시까지 매우 다양한 업무 분야가 있고 이들 분야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노력이 요구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사마다 특출나게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임상 및 허가 업무에서 많은 강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임상 허가 업무와 관련한 우리 경험을 비춰보면서 실패를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제품 상업화에 이를 수 있는 제언을 해본다.
임상시험은 새로운 약이 시판되기 전 안전성과 약효 등을 검증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특히 임상 3상은 허가 신청을 앞둔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회사로선 더욱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의 모든 노력은 당연히 과학적·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겠지만 경험에 바탕을 둔 세심한 전술적 고려도 필요하다.
먼저 회사는 ‘안전한 자금’이 필요하다. 임상 3상은 돈이 많이 든다. 회사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거나 회사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줄 우호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야 안심할 수 있다. ‘실패’라는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미리 품질이나 비임상 등의 자료를 통해 개발 가능성을 충분히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투자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렵다면 임상 등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와 협력하거나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임상이다. 국가마다 의학적·과학적 기술 수준과 의약품 시장 상황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만 임상을 진행하기보다 여러 국가에서 임상 환자를 모집해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해 출시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뿐 아니라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모두 각각 최소 15개 이상의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며 임상 신뢰도를 높였다. 이렇게 진행된 임상 결과는 마케팅에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현지 허가 당국과의 밀접한 사전 소통이다. 임상 단계마다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현지 허가 당국과 직접 소통하며 허가 진행 방향성을 설정한 뒤 다음 임상을 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허가기관과 합의를 이루는 데는 보통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무리하게 서둘러 임상을 진행하면 아낀 시간만큼 실패 위험은 높아진다. 셀트리온이 하반기 EMA 허가가 예상되는 ‘램시마SC’를 미국과 일본에서는 신약 절차로, 유럽에서는 개량신약(바이오베터) 절차로 임상 및 허가 전략을 잡은 것도 사전에 이들 기관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방향성을 잡은 결과다. 이런 사전 소통 전략을 토대로 램시마SC의 미국 임상 3상과 CT-P16, CT-P17 등 후속 제품군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순항 중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개발, 임상, 생산, 허가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려면 회사 규모가 커야 한다. 셀트리온도 공장설립 단계에 다국적제약사 BMS와 협력했고, 개발 과정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기관(CRO) 및 컨설팅사의 도움을 적극 활용했다. 판매도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파트너사부터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의약품 생태계에는 각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경험 많은 기업이 존재하며 이들 기업과의 공조를 통해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만드는 의약품은 제품이기 전에 환자 몸에 실 제로 투여되는 치료제라는 점을 잊지 말라.” 안일하고 부족한 자세로 일하기엔 우리 업계가 짊어질 책임의 무게가 적지 않다. 힘들어도 거친 길을 가고, 느려도 일부러 굽은 길을 택하는 지혜와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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