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유승민, 文 향한 공개비판 쏟아내는 배경은

입력 2019-08-14 15:13   수정 2019-08-14 15:16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14일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가짜 뉴스’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허풍과 착시야말로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가짜뉴스”라고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 불안감을 주는 걸 경계해야한다”고 말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유 의원은 “경제 성장의 가장 정확한 척도는 잠재성장률”이라며 “이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1997년 IMF 위기 이후만 보더라도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1%포인트씩 잠재성장률은 추락해왔다”며 “이대로 가면 1%대, 0%대의 잠재성장률에 곧 진입하게 되고 머지않아 마이너스로 추락할 거라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의 공통된 전망”이라며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을 공격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잠행해왔던 유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글을 연이어 올리면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는 모양새다. 비판 대상은 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언급에 유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허풍이나 칠 때인가”라고 꼬집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외교로 해결하라”고 적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이어 보수권 2위다.

최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보수개편의 키맨으로 유 의원을 언급하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한국당 입장에서 유 의원은 개혁 이미지, 합리적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가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당내 친박계 반발이 관건이지만 나 원내대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야한다”며 유 의원과의 통합 국면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놨다. 유 의원을 향해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해달라며 구체적인 제안도 했다.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아직 유 의원은 공식적인 답을 안 했다. “지금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 유 의원은 지난 5월 동국대 강연에서만 해도 “한국당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저히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팔고 태극기 붙잡고 갈 것 아니냐. 그런 보수 하려고 4년째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와 유 의원의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유 의원과 나 원내대표를 국회 내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나일텐데 나 몰래 그런 일(사전 교감)을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정계개편의 키맨으로 관심을 받게 된 마당이라 유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의 관심은 뜨겁다. 유승민(계)의 행방에 따라 정계 개편 및 총선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유 의원은 올 초만해도 필요에 따라 한국당 복귀 의지와 험지 출마 의사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선 또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안철수 전 대표의 조기복귀설도 나오는 만큼 추석 이후 민심을 본 다음에 (보수권 정계개편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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