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근 주민 갑상선암 발병…원전과 관련없다

입력 2019-08-14 16:13   수정 2019-08-14 16:16

원전 운영사가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거주하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암 발병과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선 물질에 의한 피폭 사이에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2014년 1심 법원이 처음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생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4년 8개월 만에 항소심 법원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이진섭 씨(53) 부자와 아내 박모 씨(53)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피고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측정한 고리원전 인근 주민 피폭선량은 연간 0.00140∼0.01510mSv인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준치(연간 0.25∼1mSv) 이하”라며 고리 원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는다는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되면 그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선형무역치모델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100mSv 이하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갑상선암 등 암 발병 여부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더군다나 연간 1mSv 수준의 고리 원전 인근 주민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아무런 조사, 연구 결과가 없다”며 “이같은 피폭선량으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할 확률은 우리 국민의 평생 암 발생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만큼 선형무역치모델이 원전 운영사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를 판단하는데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이 특정 위험인자에 노출된 사실과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공해소송에 적용되는 개연성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가족은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선암 등에 걸렸다며 2012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직장암에 걸린 이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 씨(27)의 손배소를 기각하고 한수원의 박 씨에 대한 배상 책임(1500만원)만 인정했다.

원고 측 변영철 변호사는 “공해소송 입증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는데 재판부가 이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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