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한때 주민 대피령
[ 선한결 기자 ] 지난주 러시아 북서부의 한 군기지에서 핵 미사일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에겐 한때 대피령이 내려졌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러시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의 뇨노크사 일대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렸다가 몇 시간 만에 취소했다. AP통신은 “군 기지 인근에 사는 뇨노크사 주민에겐 종종 소개령이 내려진다”며 “이번 조치는 지난주 미사일 폭발 후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우려와 혼란에 불확실성을 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 8일 뇨노크사 해군 훈련장에서 실험 중이던 미사일 엔진이 폭발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액체추진로켓 엔진시험 도중 선체 위에서 엔진이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핵 폭발일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러시아원자력센터는 사고 이틀 뒤인 10일 “백해 인근에서 실험 도중 소형 원자로가 폭발했다”며 핵 폭발 사고가 났음을 시인했다.
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미국 정보당국 등이 이번 폭발 사고가 러시아의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 실험 중 일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레베스트닉은 작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구 어디에든 도달할 수 있다”고 소개한 대륙간 순항미사일이다.
국제사회는 일대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뇨노크사는 주민이 5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약 30㎞ 떨어진 세베로드빈스크시 일대엔 약 18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기상·환경당국 자료를 인용해 폭발 발생 지역 일대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보다 4~16배 높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세베로드빈스크시에서 폭발 발생 직후부터 40분간 관측된 방사능 수치가 정상 수준의 2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며 “지역 관측당국이 이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나 얼마 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로 대기 중에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으며 일대 방사능도 정상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NYT는 “이번 사고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러시아 일대 최악의 핵 관련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느리고 비밀스러운 대응이 주변에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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