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피해자 목숨 값 횡령한 것"
[ 안대규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의 유족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에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을 돌려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일제 강제징병의 피해를 입은 군인·군무원 유족 83명은 14일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수령한 대일청구권자금을 유족에게 보상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대일청구권자금은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에서 받은 5억달러를 말한다. 당시 한국 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8개 피해보상 목록에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보상’이 포함됐는데도, 강제징병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은 “정부가 이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해버렸다”며 “이는 국가가 피해자들의 목숨값을 횡령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고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아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대한민국은 강제 징병된 군인·군무원들의 목숨값을 경제 발전 용도로 사용해 현재 경제대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대일청구권자금 중 강제징병 피해자들의 몫에 해당하는 부분을 반환받을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강제징병 피해자와 유족에게 지급한 위로금도 턱없이 부족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행방불명된 강제징병 피해자의 유족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고, 부상으로 장애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2000만원 이하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유족들이 추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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