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변신' 성동일 "좋은 배우보다 좋은 가장이고 싶다"

입력 2019-08-15 08:44  

영화 '변신' 강구 역 배우 성동일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아빠. 배우 성동일의 이미지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국민 아빠'로 거듭난 성동일은 영화 '변신'에서도 아빠를 연기한다. 본인과 똑같이 두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둔 가장이라는 설정인 강구에 대해 성동일은 "생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재밌는 영화가 완성된 거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서로 의심하고 증오하고, 분노하는 가운데 구마 사제인 삼촌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이 악마에 빙의되거나 악령, 또는 혼령이 깜짝 등장하는 식이었다면 '변신'은 가족으로 변한 악마가 그들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로 성동일과 처음 호흡을 맞춘 김홍선 감독은 "새로운 눈빛을 봤다"면서 성동일에게 '변신' 시나리오를 안겼다. 다작 배우인 성동일은 이미 정해진 작품들의 촬영 스케줄 탓에 '변신' 출연이 어려웠지만, 기적적으로 한 작품이 뒤로 밀리면서 '변신'에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운명적인 과정에 대해 성동일은 "김홍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때마침 스케줄도 맞았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김홍선 감독과 두번째 작업은 어땠나.
코드가 안맞으면 서로 힘들텐데, 잘 맞는다. 김홍선 감독이 써먹겠다고 한 눈빛이 뭔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변신'에서도 나왔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변신'에서도 새로운 눈빛을 봤다며 같이 하자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그걸 모르겠다.(웃음) 김홍선 감독은 그냥 영화에 미친 사람 같다.

배성우와도 돈독한 관계로 유명한데, 형제로 호흡을 맞춘 건 처음 아닌가.
오래된 친구같은 배우다. 그게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배우라는게 연기를 해서 관객들을 속여야 하는 직업인데, 배성우와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연기가 아니라 그냥 형, 동생으로 잡고갔다. 마귀가 형, 동생이 되는 설정에서도 그 자체로 밀고갔다. 나중에 나온 걸 보니 그게 맞는거 같다. 간결하게, 잡스럽지 않다.

'변신'에선 성동일 그 자체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지만, 영화 속에서 백발로 나오는데 그게 진짜 제 머리색이다. 메이크업도 안하고, 모니터도 안했다.(웃음) 촬영을 다하고 아내가 직접 염색을 해줬다. 미용실엔 따로 안간다. 아내가 해주면서 귀에도 묻고, 목덜미에도 묻는데, 그 자체가 재밌고 좋다.

그럼에도 '변신'에서 악마로 변한 아빠와 평소의 자상한 아빠는 섬뜩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장르가 주는 인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아빠가 망치를 들고 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응답하라'에서 했다면 코믹이 됐을 거다. 시나리오의 톤이 공포이기에 섬짓했던게 아닐까 싶다. 다른 장면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나리오가 잘나와서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았다.

'변신'을 준이나 빈이에게 보여줄 생각인가.
아이들이 시나리오는 봤는데, 자기들이 보기엔 무섭다고 하더라. 빈이는 무서웠는지 두 번 나눠서 읽고, 준이도 '무섭다'면서 영화론 볼 수 없을 거 같다고 했다.

씩씩한 빈이가 무서워 하면 진짜 무서운 거다.
(웃으며) 빈이가 변했다. 깔끔하고 책임감도 강해졌다. 살도 많이 빠지고 요즘 발레를 배우는데, 언니들한테 인생을 배운 모양이다. 발레를 썩 잘해서 콩쿠르에 나가서 상도 받아오는데, 계속 시킬 생각은 없지만(웃음) 자세 교정에 발레가 좋다고 해서 6학년까진 시켜보려 한다.

집에 TV도 없다고 하더라. 아이들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은가.
대본 외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 몇몇 사람들은 '모니터도 안하냐'고 하는데, 모니터는 제 머릿속에서 하는 거다. 아이들이 TV 볼 시간에 말다툼을 하더라도 대화를 하고, 책을 봤으면 했다. 멍하게 앉아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역시 예술을 하려고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해 일로 연기를 하는 거다. 일과 가정은 분리돼 있다. 연기로 상도 받고, 칭찬을 받으면 영광이고, 기분도 좋지만 제 인생 1차 목표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거다.

'변신' 이후에도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다. 아이들과는 언제 시간을 보내나.
촬영을 마치면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렇게 돈 쓰려고 일하는 거다. '변신'을 마치고도 3곳 정도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어린데 일찍 죽으면 안되니까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에 7km씩 꼭 런닝머신을 뛴다. 아내와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으며 전신스캔도 한다.

아이들이 안볼 때 대본을 보면, '변신'처럼 고함을 지르거나 감정적인 연기를 해야할 땐 어떡하나.
그런걸 연습하지 않는다.(웃음) 그냥 한번 쭉 읽고, 감정을 정리한다.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저는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는 편이다. 고민하면 잡스러워진다. 하나하나 떼어내는 게 힘들다. 전체를 보고 연기하려 하는데, '변신'은 그런 면에서 더욱 와닿았던 작품이다. 감독과 스타일도 잘 맞았다.


이렇게 좋은 아버지인데 예능 때문인지 엄한 아버지, 항상 피곤한 이미지도 있다.
예능은 아이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한 거였다. 본업이 배우인데 예능을 하려니, 하고 싶었던 마음 반, 하기 싫었던 마음이 반이었던 거 같다. 저 그렇게 인상만 쓰고 그런 사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집에서 저를 얼마나 예뻐해주는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연기를 한다고 하면 어떨까.
고등학교때까진 반대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걸 배우는 것도 부담스럽고. 저 또한 연극부터 시작해 무명을 거쳤고. 타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본인이 하고자 한다면, 반대하진 않지만 제가 나서서 돕거나 하진 않을거 같다. 힘들다고 하면 술 한잔 사줄 생각은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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