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일 당해도 화내지 마라…'행동의 이면'을 해독하라

입력 2019-08-15 15:29  

공병호의 파워독서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높은 산을 정복하듯이 두꺼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 한여름에 무려 920쪽이나 되는 책을 권한다면 여러분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정도 작가라면 그리고 그의 책이라면 추천하고도 남음이 있다.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 3부작으로 명성을 얻은 로버트 그린의 대작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이다. 인간 본성을 공부하고자 염원하는 사람을 위한 일종의 암호책이다. 세상살이에서 만나는 별의별 인간들의 행동을 해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다.

모두 18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은 인간 본성의 한 가지 법칙을 다룬다. 종잡기 힘든 다양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법칙’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특정한 힘을 받는 사람들은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법칙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장에선 해당 법칙을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해 충실한 사례 연구가 이뤄진다. 그다음은 여러분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런 힘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한다. 각 장의 끝 부분에는 특정한 힘을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말한다.

완독에 도전하는 것이 머뭇거려진다면 우선 목차를 훑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인간 본성을 이렇게 체계화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자기도취의 법칙, 역할 놀이의 법칙, 강박적 행동의 법칙, 선망의 법칙, 근시안의 법칙, 방어적 태도의 법칙, 자기훼방의 법칙, 억압의 법칙 등이 잘 정리된 책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현대화된 시대에 본성 연구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라고 묻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술이나 도구는 발달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심연 같은 본성은 달라진 바 없다. 이 책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 이르기까지 인간 행동을 유발하는 진짜 뿌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인간 관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쇼펜하우어는 “뜻밖의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고 권한다. “인간에 대한 지식이 하나 정도 더 늘어난 것처럼 여겨라”는 그의 권면은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로 제시된다.

인간 본성에 대해 풍성한 지식을 갖는 일은 많은 혜택을 안겨다 줄 것이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삶에서 만나는 많은 일들에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신으로 하여금 저차원적 자아에서 고차원적 자아로 나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구석구석 줄을 죽 그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절대로 상대의 신념을 공격하거나 그의 지능이나 선의를 의심하는 느낌을 주지 마라. 그랬다가는 방어적 태도만 더 단단해지고 당신이 하려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푹푹 찌는 날을 까마득히 잊게 하는 묵직한 대작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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