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높은 산을 정복하듯이 두꺼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 한여름에 무려 920쪽이나 되는 책을 권한다면 여러분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정도 작가라면 그리고 그의 책이라면 추천하고도 남음이 있다.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 3부작으로 명성을 얻은 로버트 그린의 대작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이다. 인간 본성을 공부하고자 염원하는 사람을 위한 일종의 암호책이다. 세상살이에서 만나는 별의별 인간들의 행동을 해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다.
모두 18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은 인간 본성의 한 가지 법칙을 다룬다. 종잡기 힘든 다양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법칙’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특정한 힘을 받는 사람들은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법칙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장에선 해당 법칙을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해 충실한 사례 연구가 이뤄진다. 그다음은 여러분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런 힘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한다. 각 장의 끝 부분에는 특정한 힘을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말한다.
완독에 도전하는 것이 머뭇거려진다면 우선 목차를 훑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인간 본성을 이렇게 체계화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자기도취의 법칙, 역할 놀이의 법칙, 강박적 행동의 법칙, 선망의 법칙, 근시안의 법칙, 방어적 태도의 법칙, 자기훼방의 법칙, 억압의 법칙 등이 잘 정리된 책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현대화된 시대에 본성 연구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라고 묻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술이나 도구는 발달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심연 같은 본성은 달라진 바 없다. 이 책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 이르기까지 인간 행동을 유발하는 진짜 뿌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인간 관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쇼펜하우어는 “뜻밖의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고 권한다. “인간에 대한 지식이 하나 정도 더 늘어난 것처럼 여겨라”는 그의 권면은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로 제시된다.
인간 본성에 대해 풍성한 지식을 갖는 일은 많은 혜택을 안겨다 줄 것이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삶에서 만나는 많은 일들에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신으로 하여금 저차원적 자아에서 고차원적 자아로 나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구석구석 줄을 죽 그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절대로 상대의 신념을 공격하거나 그의 지능이나 선의를 의심하는 느낌을 주지 마라. 그랬다가는 방어적 태도만 더 단단해지고 당신이 하려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푹푹 찌는 날을 까마득히 잊게 하는 묵직한 대작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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