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원 '초대형 IB'
5월 발행어음 사업 인가 받아
[ 임근호 기자 ] 2017년 증권업계엔 강력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KB증권이었다. 자기자본이 단번에 4조원으로 뛰며 ‘빅5’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했다. 올 5월에는 업계에서 세 번째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KB증권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통합법인 출범 3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수익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든 부문을 업계 선두권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다. 그런 가운데에도 ‘고객과의 신뢰’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KB증권은 올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최고의 인재와 담대한 혁신으로 가장 신뢰받는 평생 투자파트너’다. 자본시장 최고 인재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평생 투자파트너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담았다.
핵심 비즈니스 시장 지배력 강화
KB증권의 올해 목표는 핵심 비즈니스의 시장 지배력 강화다. 자산관리(WM) 부문의 영업과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게 그 일환이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말 20조4000억원이던 금융상품 잔액은 올 6월 말 25조6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약 25% 늘었다.
2017년 초 KB증권 출범 당시의 1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금융상품 판매부터 사후관리까지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어 WM 부문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KB증권 투자은행(IB) 부문은 채권, 부동산, 구조화금융 등의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주식발행,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등 기업 관련 IB 성과를 더하며 ‘업계 최고 IB’라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올 상반기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146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B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KB증권은 최근 조직 개편과 인프라 개선을 진행했다. 기업에 필요한 최적의 재무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면서 직접 자본을 투자하고, 투자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투자형 IB’ 완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의 해외 투자 서비스 제공할 것”
증권업 패러다임은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해외 투자 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게 제공하느냐,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랫폼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세가 달라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KB증권은 최고의 해외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전 수수료 없이 원화로 해외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글로벌원마켓’ 통합증거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국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베트남 등 글로벌 6대 시장 주식을 국내 주식 거래하듯 쉽고 편하게 매매할 수 있다. 올 1월 출시해 5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 대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베트남 자회사인 KBSV(KB Securities Vietnam)를 통해 발굴한 베트남 양도성예금증서(CD)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각자대표)은 “베트남은 풍부한 경제활동 인구와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베트남 시장에 대한 ‘투자 나침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베트남 특화 증권사라는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출시한 ‘KB에이블 발행어음’도 주요 신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상품을 WM 고객 자산 증대와 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선보인 1회차 발행어음 5000억원어치는 하루 만에 완판됐고, 현재 3회차까지 발행했다. 올해 총 2조원 규모 발행어음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성현 KB증권 사장은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고객에게는 좋은 상품을, 기업에는 상생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투자형 IB라는 KB증권의 역량을 최대한 구현해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설한 성장투자본부도 사모투자(PE) 사업 다각화와 함께 기업과의 상생에 기여하고 있다. 성장투자본부는 모태펀드, 성장금융 등 정책자금과 은행 등 계열사 및 민간 자금을 모아 다양한 분야의 펀드를 결성해 현재 총 6334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달성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받아 2403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고, 올해도 국민연금이 출자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사업의 스페셜 시추에이션 및 디스트레스트(SS&D) 부문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혁신 추구
‘경영관리 효율화와 디지털 혁신 역량 강화’도 중점 추진 사항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과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2017년 말부터 로보틱 프로세스 오토메이션(RPA·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을 도입했다. 100여 개 업무에 적용해 연간 업무 시간을 약 2만 시간 절감했다. 단순 작업을 자동화한 덕분에 직원들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스마트워킹은 2019년 KB금융그룹의 경영전략 방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버형 RPA, 사내업무 챗봇 등을 도입해 스마트 워킹을 더욱 확산시킬 계획이다.
투자 정보의 최전선에 선 리서치센터도 디지털 혁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5월 쉽고 빠르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전용 홈페이지인 ‘KB 리서치’를 열었다.
모든 투자 정보를 한곳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중심 리서치를 표방했다. 음성으로 보고서를 읽어주는 텍스트 투 스피치(TTS) 서비스, 리서치센터 모닝미팅 음성 서비스, 세미나 영상 등으로 구성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핵심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카드 뉴스 등이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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