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복·경기침체에…與, 경제민주화법 대신 경제활력법 '올인'

입력 2019-08-15 17:18   수정 2019-08-16 01:33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처리 주력
논의 대상서 제외된 공정거래법



[ 김우섭/임도원 기자 ] 여당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 대신 ‘경제활력법’ 통과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정권 초부터 추진해온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 논의는 잠시 미뤄두고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 완화 법안 처리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투자와 소비가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일본의 경제 보복 및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대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경기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순위 바꾼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15일 “올해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조항을 과징금으로 바꾸는 등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38년 만에 추진한 전면 개정안보다는 이미 발의된 개정안을 중심으로 수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시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사업주(대표이사)의 형사처벌 근거를 둔 내용도 정비한다. 최 의원은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현실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사안이란 점에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과징금 등의 조치로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이달 임시국회 소위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쟁점이 많은 전부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들이 세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며, 중대한 담합 행위는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안도 중점 처리 법안에서 빠졌다. 민주당은 올초까지는 다중대표소송과 전자·서면투표, 집중투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경제 민주화 사안을 다룬 상법 개정안에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야당을 설득했다. 하지만 당시 이를 주도했던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인영 원내대표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후속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도 상법 개정안은 상정하지 않았다. 여야 간사 간 별도 논의도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법은 야당과 경제계 반발이 워낙 커 처리가 쉽지 않다”며 “당내에서도 일본 경제 보복에 맞서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기업들 한숨 돌리나

민주당은 대신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 법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7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세법 개정안들도 이달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관광, 유통, 의료 등 서비스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를 없애기 위한 모법(母法)이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관련 정책을 협의하기 위한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세법 개정안에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수출 규제 품목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도 다수 포함됐다.

또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상업적 목적에 개인정보 활용을 허가하는 빅데이터 3법은 이달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하지 못했지만, 다음주에 검토를 재개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간사 간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져 조만간 소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섭/임도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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