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 어디로…18일 대규모 시위가 '분수령'

입력 2019-08-16 17:54   수정 2019-08-17 03:21

中지도부 당장은 무력진압 않기로
폭력사태 재연 땐 개입 가능성



[ 강동균/주용석 기자 ]
이번 주말이 홍콩 사태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결정하는 베이다이허회의를 끝내고 16일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당장 무력으로 진압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민간인권전선이 18일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시위가 평화적 집회와 행진으로 마무리되면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베이다이허회의에서 홍콩 사태에 무력 개입하기보다 준엄한 법 집행으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등 폭력 사태가 재연될 경우 홍콩 인근 선전에서 대기 중인 중국 무장경찰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싶지 않다”며 “시 주석과 조만간 전화통화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軍 무력 진압 땐 홍콩사태 더 악화"…中 내부서도 신중론 커져

홍콩 범민주 진영이 18일 개최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위가 홍콩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시위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대화를 통한 해결로 가느냐 아니면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에 따른 유혈 사태로 귀결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력 진압 신중론 커져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18일 빅토리아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 및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엔 30만~4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했다. 주최 측은 가족 등이 함께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주말 시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분 폭력 사태로 이어진 만큼 경찰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베이다이허회의에서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6일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상무위를 주재했다고 보도해 베이다이허회의가 끝났음을 알렸다.

지금으로선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대만 빈과일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베이다이허회의에서 홍콩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대신 준엄한 법 집행을 통해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 정부의 개입이 홍콩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중국 국무원 자문을 맡고 있는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남았다”며 “아직 중국군이 투입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에서 국제경제를 강의하는 왕융 교수도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에 개입해 미국 강경파에 공격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과 ‘색깔혁명’으로 규정하고 홍콩에서 10분이면 도달하는 광둥성 선전에 완전 무장한 수천 명의 병력을 대기시킨 상태다. 외신들은 선전의 한 스포츠센터에 집결한 중국 인민해방군 장갑차와 군용 차량, 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동영상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무력 진압 경고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홍콩 사태 무력 진압 가능성에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유세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뉴저지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시 주석과 시위대의 직접 협상을 촉구하며 “그가 시위대와 마주 앉는다면 15분 안에 (홍콩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장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는 시 주석이 (시위대와 만나는) 그런 종류의 일은 하지 않으리란 걸 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트윗을 통해 “시 주석이 시위대와 직접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홍콩 문제와 관련해 행복하고 문명적인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트위터에 “나는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빨리, 인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올렸다. 홍콩 사태의 인도적 해결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내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연일 ‘중국 위협론’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15일 민주진보당(민진당) 좌담회에서 “홍콩 사태와 관련해 많은 대만 국민이 현재 누리는 자유와 민주적 생활방식이 자손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을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은 대만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생활방식을 계속하며 주권을 유지할지, 점진적으로 (중국 본토에) 흡수되는 길로 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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