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든 ‘태고의 신비’ 내지는 ‘백색의 순수’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오버랩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이와는 영 딴판인 모양이다. 네팔 정부가 지난 4월부터 6주 동안 베이스캠프와 등산로 등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무려 11t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산소통, 찢어진 텐트, 깡통, 빈병 등이 넘쳐난다. 시신도 4구나 발견됐다. 등반대의 배설물도 골칫거리다. 올해 등반시즌에만 12.7t의 배설물이 베이스캠프에서 인근 쓰레기 적치장으로 옮겨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베이스캠프까지만 가는 관광객을 포함하면 연간 7만~10만 명이 찾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14만 명까지 늘었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도 지난해 807명이다. 구글에서 ‘에베레스트’를 검색하면 마지막 산등성이를 오르는, 두 줄로 빼곡히 늘어선 등반객 사진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급기야 네팔 정부가 14일 요건을 대폭 강화한 에베레스트 등반 규정을 발표했다. 내년부터는 6500m 이상 등반 경험이 있어야 하고, 신체검사 서류 제출과 함께 체력 진단도 받아야 한다. 쓰레기 감축은 물론 최근 급증하는 사망 사고(올해 11명)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등반 허가 요금도 현행 1인당 1만1000달러(봄 시즌 기준, 약 1300만원)에서 최소 3만5000달러(약 4200만원)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허가 요금에 항공료, 짐꾼(셰르파) 비용, 장비값 등을 합해 1인당 5000만원 정도, 6~7명의 원정대를 꾸리면 총 2억~3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 비용도 껑충 뛰게 생겼다. 한때 산악인들의 꿈이었던 ‘세계의 지붕’이 돈 없이는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탄식도 나온다. 비싼 입산료가 쓰레기 오염으로부터 세계 최고봉을 지켜줄지, 아니면 상업주의로 더욱 오염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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