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입력 2019-08-18 17:53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쪽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이다. 면적이 217만㎢로 멕시코보다 넓다. 원주민은 약 4500년 전 정착한 이누이트다. 10세기 노르만족이 이주하면서 ‘그린란드(녹색의 땅)’라고 불렀다. 19세기에 덴마크령이 된 뒤 외교·안보 이외 분야만 자치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워낙 추워서 경작지는 2% 미만이다. 인구도 5만6000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황량한 동토(凍土)에 15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앤드루 존슨 대통령 때인 1867년 그린란드를 사들이려다가 실패했다. 1946년에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매입하려 했으나 거래에 성공하지 못했다. 엊그제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입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풍부한 자원이다.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매장 규모는 북극권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라늄, 원유, 가스, 아연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석유 채굴권을 확보하려 하자 몸이 더 달았다.

두 번째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이다. 미국은 2차대전 중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된 동안 잠정적으로 미국 보호령이 됐던 이곳에 1953년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탄도미사일 조기경보용 레이더도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북극해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제2의 알래스카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알래스카는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처음 추진하던 1867년 러시아로부터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쓸모없는 땅을 샀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30년 뒤 금광이 발견됐다. 1년 동안 캔 금값만 720만달러를 넘었다. 냉전시기에는 군사적 가치까지 부각됐다. 2017년에도 거대 유전이 발견됐다.

알래스카 면적은 171만7854㎢로 한국의 17배다. 그린란드는 이보다 40만㎢ 더 넓다. 혹한의 얼음땅이 언제 풍요의 땅으로 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식량 수입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덴마크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예산 지원에 애를 먹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미국에 “우린 판매용이 아니다”고 했지만 먼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누이트 속담에도 “얼음이 깨지기 전에는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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