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목표 있다면 수학으로 해결 못할 것 없다"

입력 2019-08-18 17:55   수정 2019-08-19 01:09

정순영 국가수리과학硏 소장


[ 이해성 기자 ] “데이터 처리능력과 수학이 만나면 대부분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순영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사진)의 이 말은 일견 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뚜렷한 얘기다.

기업 경영 문제를 풀기 위한 머신러닝은 ‘가장 좋은 어떤 것’을 찾아내는 최적화 과정이다. 최적화 문제는 다변수 다항함수의 미분으로 설계할 수 있다. 머신러닝의 기초기법인 경사하강법(GDM: gradient descent method)이 대표적이다.

정 소장은 “셀 수 없이 많은 산봉우리와 골짜기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이 도착할 골짜기를 안내해주는 게 GDM”이라고 설명했다. AI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수학자의 몫이란 뜻이다.

그는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월 수리연 소장으로 부임했다. 기업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수학’의 잠재력을 보고 산업수학혁신센터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새로 세웠다. 올 2월엔 질병진단과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의료수학센터를 대전 본원에 신설했다. 내부 문제로 수년간 혼란을 겪던 수리연은 정 소장이 부임한 뒤 빠르게 안정됐다.

최근 그는 내년 의료수학센터 운영예산 8억8000만원을 확보했다. 당초 20억원을 신청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무진이 이를 전액 삭감하자 과기정통부 고위공무원을 찾아가 설득해 절반가량을 되살렸다.

요즘엔 전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산업수학을 알리고 있다. 최근 한 대학은 학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40여 곳과 업무협약(MOU)을 맺자고 수리연에 제안했다. 부산시는 시 내에 의료수학센터를 유치하고 싶다며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지방산업단지(테크노파크) 등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수리연의 정규직 직원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올 예산은 90억원으로 과기정통부 산하기관 가운데 꼴찌다. 수천억원대 예산이 보통인 다른 국공립연구소와의 격차가 크다. 김치연구소(147억원)보다도 한참 적다.

절반 임기를 마친 그는 “부쩍 늘어난 업무량에 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인력 확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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