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품권 시장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해선 안 된다

입력 2019-08-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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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품권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허술하기만 하다. 서적 등 문화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용도로 발행되는 문화상품권이 메신저 피싱, 대출사기, 마약거래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한경 보도(8월 17일자 A22면)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시장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지세만 내면 무제한 상품권 발행이 가능한 탓이다. 지난해 상품권(종이·모바일) 발행 규모는 11조7087억원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화폐를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2015년 892억원에서 지난해 3714억원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2조3000억원이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상품권 성장세만큼이나 폐해도 커졌는데 이를 관리할 법규도, 주무부처도 없다는 점이다. 상품권 관련 법령은 상품권 표준약관, 인지세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10여 개로 흩어져 있다. 주무부처가 없으니 얼마나 발행되고, 시장에서 유통되고, 상환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사용자 추적이 수표와 신용카드보다 어려워 비자금이나 탈세에 악용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미국 일본 등에선 법령을 통해 상품권을 엄격히 관리한다. ‘자금세탁 방지 규정’에 따라 구입자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고, 공탁금 조항과 우선변제권 등 소비자 안전장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상품권이 제대로 사용되면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본래 취지를 벗어나 각종 범죄와 음성적 거래에 악용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정부가 손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되 부작용을 예방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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