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대장정 정신' 강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와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홍콩과 마주한 광둥성 선전(深W3)의 금융 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선전 발전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선전을 홍콩과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인데요. 시위를 계속하면 선전을 키워 홍콩을 대신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1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2025년까지 선전을 경제력과 질적 발전 면에서 세계 선두권 도시로 만들고 2035년엔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2050년까지는 경쟁력과 혁신, 영향력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도시가 되게 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법령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고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더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선전과 홍콩, 마카오의 금융시장 연계도 촉진할 방침입니다. 의료체계와 직업훈련을 포함한 교육시스템도 개선하고 5세대(5G) 통신망 구축도 가속화해 외국 인재의 출입과 거주 편리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선전에서 일하는 홍콩과 마카오 주민에 ‘시민 대우’를 부여하고 중국 영주권을 보유한 유능한 외국 인력이 선전에서 창업하는 것을 장려할 계획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계획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가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에서 홍콩을 소외시키려하는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홍콩, 마카오, 선전, 광저우를 4개의 기둥으로 삼아 광둥성의 다른 도시까지 포함해 11개 도시를 통합 경제권으로 묶는 대만구의 청사진을 공개했는데요. SCMP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 속에 중국 정부가 대만구 계획에서 홍콩의 지위를 격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톈페이룽 베이징항공우주대 법학원 교수는 “이번 발표가 홍콩 시위 진행 상황 속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홍콩이 대만구 전략의 핵심 역할을 떠받치기에 적절치 않다고 보고 선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식 회동인 베이다이허회의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첫 일성으로 홍군의 대장정(大長征) 정신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간쑤성 후이닝에서 열린 ‘기자가 다시 걷는 장정의 길’ 기획 취재와 관련해 “신시대 대장정 정신을 발휘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장정을 기획 취재하는 행사는 혁명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 위대한 장정 정신을 해석함에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대한 장정 정신은 중국 공산당과 전국 여러 민족과 인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대한 정신 동력”이라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역사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의 장정의 길을 잘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장정 정신을 언급함으로써 홍콩 문제 등으로 민심이 동요하지 않고 단결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올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자 홍군 장정 출발 85주년을 맞아 지난 6월부터 8월18일까지 홍콩의 대장정 발자취를 기획 취재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엔 관영 매체 기자 1300여명이 참가했으며 1만건이 넘는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대장정은 1934년부터 1936년까지 국민당의 추격을 받은 공산당 홍군이 1만2500㎞를 이동해 서북부 옌안에 새로운 혁명 근거지를 마련했던 중국의 역사적 사건을 말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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