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노브랜드 곳곳서 출점 반대…신규사업 막히자 고용창출도 막혀

입력 2019-08-19 17:21   수정 2019-08-20 00:59

롯데·신세계 일자리 창출 '차질'

매장 확장하면 지역상인들 반발
10년간 직원 3만5천명 늘렸지만
이젠 인력 구조조정 걱정할 판



[ 안재광 기자 ] 유통은 대규모 고용 창출 산업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롯데,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을 했다.

신세계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늘린 직원 수만 3만5000명이 넘었다. 10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롯데도 같은 기간 직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임직원 수 증가율이 91%에 달했다. 신규 채용 인원은 5만 명에 가까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매년 1만 명씩 고용을 늘리겠다”고 자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이 약속을 할 때 큰 그림을 그렸다. ‘대형마트는 어려워지고 있지만 신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이를 만회한다’는 전략이었다. 초대형 쇼핑몰 스타필드를 인천, 경남 창원 등 전국 곳곳에 세우고,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이마트 자체상표(PB)만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 편의점 이마트24 등도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되면 고용 창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정 부회장은 판단했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었다. 스타필드만 해도 그렇다. 신세계는 2017년 창원에 스타필드를 지을 땅을 구입했다. 그러자 땅 주변에 곧바로 현수막이 내걸렸다.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반대’란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이슈가 됐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 내부적으로 ‘그룹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가 큰 사업이다. 지역 시장 상인들조차 “노브랜드 전문점을 우리 시장에 내달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를 모으는 능력을 검증받았다.

실제 노브랜드 전문점 중 9곳은 충남 당진 어시장 등 지역 시장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3년 만에 매장 수가 200개를 넘어서자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브랜드 전문점 인근 상인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올 들어 노브랜드 전문점 출점은 크게 둔화됐다.

정 부회장은 결국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서부지역에서 24개 프리미엄 슈퍼를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했다. 임직원 수가 3100명에 이른다. 올 연말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고급 슈퍼 PK마켓을 열 계획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마트 매장을 추가로 내기로 했다. 국내에선 사업 확장이 힘들다고 본 것이다. 그는 사석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배운 게 있다. 규제가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해야 어려울 때 철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미국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가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들의 국내 고용 창출이 감소하는 악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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