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건뉴스가 검색 되었습니다.

지난 주요뉴스 한국경제TV에서 선정한 지난 주요뉴스 뉴스썸 한국경제TV 웹사이트에서 접속자들이 많이 본 뉴스 한국경제TV 기사만 onoff

  • 당신이 피로하다고 말하는 순간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11-19 17:30:34

    언제부터인가 얼굴도 없는 유령이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이 유령은 어슬렁거리다가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 뒷덜미를 잡아챈다.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같이 우리를 표적 삼는 이 유령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것은 바로 피로이다. 기분도 느낌도 아닌 이것, 피로는 유령처럼 형체가 분명치 않다. 피로는 항상 더 많은...

  • 우정의 가치를 되새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11-05 17:34:58

    마음에 둔 벗을 헤아려보니, 선뜻 떠오르지 않아 쓸쓸하다. 북향 하늘을 가로지르는 쇠기러기 떼가 돌아오는 가을이면 불현듯 그립고 흠모하는 벗이 아주 없지는 않다. 젊은 시절 밤새 호기롭게 술을 마시며 기쁨을 과장하던 벗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어떤 벗은 소식이 끊겨 생사조차 알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세월이...

  • 한국문학을 크게 칭찬함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10-15 17:32:36

    지난주 목요일 저녁 8시가 막 지나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 작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공표했다. 저 대륙 건너에서 발화된 그 공표가 외신으로 날아든 그 순간,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이 낯선 발음으로 호명되는 그 찰나, 나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 나이를 얼마나 먹어야 어른이 될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09-24 17:21:58

    늦더위도 물러간 이른 가을 오후, 동네 카페에서 창밖 단풍 드는 활엽수를 보다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건 놀랍고도 하찮은 기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낮과 밤이 오고 숱한 생명체들이 번성하는 이 작은 녹색 행성에서 한 생을 보낸다는 게 기적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그렇지만 우리가 죽기 전 지구에서 5500만㎞...

  • 가을의 기척을 먼저 알아차리는 기쁨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09-03 17:21:56

    새벽에 깨자마자 ‘가을이다!’라는 낮은 외침이 입에서 터져 나온다. 온몸으로 체감되는 가을의 기운이 역력하다. 불과 며칠 전 속옷이 땀에 젖은 채 깨어나 망연히 앉아 있던 새벽과는 이마에 닿는 공기가 완연하게 달라진 거다. 여름이 갑자기 끝나버려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폭염과 열대야로 입맛을 잃은 탓에 살이...

  • 시는 내게 어떻게 왔던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08-20 17:15:05

    새 시집 나오고 몇 달이 지나자 시집 출간의 기쁨과 설렘이 가라앉는다. ‘꿈속에서 우는 사람’이란 제목은 애초부터 정해진 게 아니었다. 처음 제목은 ‘두부’였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제목에 쓴 사람이 있어 그 제목을 철회하고 대안으로 올린 게 ‘모란꽃 피는 일과 소년들의 선행’이다. 하지만 그 제목도 시집을...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여름의 빛 속에서 2024-08-06 17:35:09

    어느덧 입추인데, 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불볕더위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한낮 열기에 얼굴은 발갛게 익고 머리카락은 불타오르는 듯하다. 염천 아래서 밭일이나 폐지 수거를 하던 노인들이 온열 질병으로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뉴스도 간간이 전해진다. 무더위에도 동네 빵집과 우체국은 문을 열어놓고, 우체부와...

  • 당신은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는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07-23 17:19:25

    창밖의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비는 사납지 않다. 제 의무라는 듯 추적추적 꾸준히 내릴 뿐이다. 우기여서 눅눅한 실내에서 뭔가를 끼적이느라 끼니때를 건너뛰었다. 배는 출출한데 딱히 입맛이 없다. 1분마다 어린애 23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지옥에서 입맛 타령이라니! 문득 구운 가지 요리, 동파육,...

  •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4-07-02 17:13:01

    밤이었고, 함박눈이 쏟아졌다. 얼마나 큰 그리움이기에 함박눈은 저리도 쉬지 않고 내리는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풍랑이 이는 먼 바다와 먼 곳을 스치는 삭풍의 가느다란 기척뿐, 나를 둘러싼 사위는 어둠의 절벽이다. 내가 우주를 상상하는 존재라는 게 믿을 수가 없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생명의 필요에...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여름엔 그곳이 그립다 2024-06-18 18:26:04

    여름마다 강원도의 한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 책을 쓰러 들어가곤 했다. 드넓은 캠퍼스 안에는 대학 본부, 학과별 강의동, 기숙사동,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 있는 호수, 냉방 장치가 찬 공기를 뿜어내는 도서관, 스포츠센터, 우체국과 서점, 학생식당 등이 있었다. 기숙사 학생들이 떠나는 여름방학 동안 빈 기숙사는 실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