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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시선] 한반도, 뒤늦게 도착할 20세기 마지막 대실험 2023-01-26 17:51:21
매년 1월 1일 아침 똑같은 일을 한다. 새로 모인 자료와 변화를 반영해 한반도 통일을 다시 전망한다. 한 번은 소설가로서, 한 번은 비평가로서, 한 번은 한 인간으로서 한다. 세 가지 정체성은 각각 꼭짓점이 되고 그 분석들이 이어져 삼각형을 이룬다. 남한의 북한 흡수 통일 이후의 ‘수많은’ 역경을 그린 장편소설 과...
[이응준의 시선] 빛은 들어오고, 벽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2022-12-22 17:22:08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영화 ‘해방’에 나오는 장면이다. 미국 남북전쟁 시기, 백인 가족이 발코니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 기도를 하고 있다. 불현듯 만신창이 흑인 노예가 수풀에서 튀어나와 정원을 가로질러 뛰자, 백인 소녀는 종을 난타하며 “도망 노예다!”라고 연신 악을 써 근처에서 뒤쫓고 있는 노예 사냥꾼들에게...
[이응준의 시선] 악마적 애도와 야만의 시대 2022-11-24 17:38:25
닐 조던 감독의 1992년 작 영화 ‘크라잉 게임’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전갈이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개구리에게 부탁했다. 개구리가 묻는다. “네 독침으로 찌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지?” 전갈이 대답한다. “널 죽이면 나도 익사할 텐데 내가 왜 그러겠어?”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한데,...
[이응준의 시선] 멈춰서는 안 되는 질문 2022-10-18 17:53:10
개신교 목사 리처드 범브란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의 영향하에 공산화된 루마니아의 정치범 감옥에 14년간 갇혀 있다가 1965년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자신의 책 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증언을 한다. ‘루마니아에 진주한 소련 군인들에게 전도하는 일은 뜻밖에 쉬웠다. 그들 대부분은 징집되기 전 러시아의...
[이응준의 시선] 우리가 불 속에서 깨달아야 할 것들 2022-09-01 17:50:44
소란한 술집에서 내가 마주앉은 친구에게 “달나라”라는 단어가 있는 문장을 내뱉으면, 부근 자리 일면식 없는 누군가가 그걸 ‘무의식중’에 듣고 “달나라”를 넣어 자기 얘기를 한다. 더 우연이기 힘든 단어, “돈키호테”가 있는 문장을 말해도 또 다른 자리 누군가가 제 일행에게 역시 그런다. 이렇게 언어가...
[이응준의 시선] 지옥의 묵시록(默示錄) 2022-07-21 17:38:11
신유박해 중이던 1801년 2월 26일,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한다. 그는 “나를 조롱하지 마시오. 당신들이 모욕하는 것이 내게는 영원한 영광이 되리니”라고 말하고는 천주가 계신 하늘나라를 보며 죽고 싶다며 똑바로 누워 나무토막 위에 뒷목을 댔다. 영화...
[이응준의 시선]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2022-06-23 17:09:22
내 일지(日誌)에는 ‘2003년 5월 16일 금요일 저녁’으로 적혀 있다. 독대한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에게 질문했다.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상하기 힘든 답이 왔다. “감정(感情)을 제거해야죠.” 당황한 나는 반문했다. “그게, 말이 되나요?” 설명 따윈 불필요하다는 투로 명인은 다시...
[이응준의 시선] 북핵, 그 어두운 불구덩이의 미래 2022-05-26 17:20:13
작가 고(故) 최인훈은 ‘서울신문’ 1980년 1월 8일자 칼럼에서 “우리가 올해까지 26년째 누리고 있는 평화를 축하하고 싶다. 우리라 함은 이 강산 삼천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고 썼다. 1950년 12월, 그는 원산항에서 미 해군수송선 LST를 타고 월남했다. 한 도시 인구가 시체 속 구더기처럼 뒤엉켜 멀미와...
[이응준의 시선] 우리의 무속적 진실과 과학적 거짓 2022-04-28 17:31:41
2019년 9월 6일 라오스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영부인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앞서 걸으며 라오스 국민을 향해 손을 흔드는 한 장의 사진은 초현실적이다. 영부인의 옷값, 패물값처럼 국가 기밀을 참칭하며 숨길 수도 없는 저 사진은 대한민국 대통령‘직’과 외교사에 지워지지 않을 흉터다. 한데 한국인들은...
[이응준의 시선] 상처받지 않는 자들의 세상 2022-03-17 17:10:20
원로 교수님과 차를 마셨다. 그분이 물었다. 이 사회에 대한 상징어를 하나만 제시한다면 뭐가 있겠느냐고. 나는 ‘SS’라고 말했다. “SS? 나치친위대(Schutzstaffel)?” “아니요. 소시오패스 소사이어티.” 우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1920년생 시인 파울 첼란은 유대계 루마니아인이었다. 당시 루마니아의 교양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