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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은퇴한 친구를 생각하며 2023-12-05 18:00:10

    내 친구는 은퇴자다. 20대 초반 은행에 입사해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친구에게 어떻게 소일하느냐고 안부 삼아 물었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도서관에 나가 종일 필사한다고 했다. 니체의 이란 책을 필사한다는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가 가방에서 필사 노트를 꺼내면서 그전에는 니체가 철학자라는 것만...

  • 수도원에서 쓰는 편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3-11-21 17:51:16

    가을이면 단풍은 북에서 남하하며 백두대간을 차례로 물들입니다. 설악산과 오대산과 치악산의 능선을 거쳐 내장산과 지리산까지 단풍은 남하하며 절정을 이룹니다. 한반도 식물생태계를 이루는 수종 중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빗살나무, 화살나무, 마가목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 나를 항상 불타오르게 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3-10-31 18:15:39

    양배추가 자라는 너른 서쪽 밭에도, 단풍 든 숲의 나무들에도, 나를 절반만 사랑하고 떠난 여자의 좁은 어깨에도 가을의 비가 내린다. 가을의 비는 투명 비커에서 양파가 흰 뿌리를 내리듯이 고요하다. 간혹 비는 구름이 품은 도토리 알들이 소쿠리에 쏟아지듯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도 한다. 의자들은 네 다리로 바닥 위에...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그 많던 이야기꾼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23-10-17 17:48:58

    인류는 이야기의 올실과 날실로 짠 세상을 거치며 더 똑똑해졌다. 인류가 이야기의 젖을 물고 성장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야기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고 인류의 온갖 기억을 저장한 보물창고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세상도 존재할 수 없을 테다. 이야기는 인류를 키운 위대한 어머니다....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그 많던 '문학소녀'는 다 어디로 갔을까? 2023-09-26 18:10:38

    해마다 10월 무렵이면 ‘문학의 밤’이란 연례행사로 학교 안팎은 설렘과 기쁨의 광휘로 둘러싸인 채 술렁거렸다. 학교 대강당에는 시나 산문을 낭독하고, 초청 문인의 강연을 경청하는 청소년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전후 피란지에서 창간된 , 삼중당 문고본들, ,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등을 읽으며 문학 교양을...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편의 시 2023-09-12 18:06:42

    설악산 공룡능선이나 지리산 피아골 어디에도 늑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고, 그 많던 호랑이를 잡는 포수도 사라진 메마른 나라에서 시 쓰기의 보람을 생각한 것은 내가 한심한 탓이다. 시를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기이한 동물 보듯 쳐다보고, 아직 시를 써요! 하고 가엾게 여긴다. 반세기 전 시 쓰는 청년을...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바람이 인다, 다시 살아봐야겠다 2023-08-29 17:56:09

    엊저녁 아내와 동네 카페에 책을 들고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밤공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레몬처럼 선선했다. 늪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소택지의 웃자란 풀숲에서 청아하게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는 데시벨이 높았다. 찌르르르르. 찌르르르르. 저것은 계절의 순환을 찬양하는 풀벌레의 합창이고 풀벌레들이 돈 한 푼 받지...

  •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만년필과 사라지고 말 덧없음의 매혹 2023-08-15 17:57:48

    스무 살 청년이 갈망한 것은 혼자만 쓸 수 있는 방과 책상, 그리고 만년필 한 자루가 전부였다. 정말 작고 소박한 꿈이었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비어 있던 20대 청년에게 그 꿈은 요원한 것이었다. 나는 서른 넘어서야 겨우 만년필을 가질 수 있었다. 요즘은 만년필을 쓰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나는 만년필보다는...

  • 여름 한복판에서 '여름'을 노래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3-08-01 17:51:39

    한낮 땡볕에 허덕이다가 편백나무 숲속 그늘로 들어서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도처에서 매미가 울어댄다. 바위를 쪼갤 듯 맹렬하고 처연한 매미 울음소리는 지금이 여름의 한복판이라는 걸 알리는 신호다. 매미의 생명주기는 길어야 여름 한 철이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몇 년간 살다가 성체로 지상에 나와서는...

  •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23-07-18 17:58:05

    거센 장맛비였다. ‘극강 호우’라고 했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왔다. 굵은 빗방울은 초목과 지붕을 적시고, 금세 작은 내와 강, 물웅덩이와 호수를 넘치게 했다. 삽시간에 불어난 물은 성난 기세로 제방을 무너뜨려 저지대를 침수시키고, 집과 가축과 인간 목숨마저 쓸어갔다. 산사태로 주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