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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응준의 시선] 하얀 지옥 2024-11-07 17:48:03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의 영화 ‘다우트(Doubt)’를 보았다. 예닐곱 번째인 거 같은데, 인간과 사회가 거대한 벽처럼 여겨질 적마다 문득 보게 되는 감회가 매번 쓸쓸하다. 1964년 브롱크스의 성(聖) 니콜라스 교구 학교가 배경이다. 주일 미사에서 플린 신부는 작년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 암살당해 국민들은 혼란 속에서...

  • [이응준의 시선] 노동의 타락 2024-10-17 17:51:57

    소설가로 데뷔한 지 30주년이다. 시인 등단은 그 4년 전에 했으니 문인으로서는 34주년이다. 어느 서점 측에서 행사를 기획하며 그런 말을 하길래,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싶었다. ‘온종일 개미처럼 일하는데도 뭐 하나 성장한 것 없이 또 밤이구나.’ 이런 자괴감이 매일이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문학이고...

  • [이응준의 시선] 샴페인전체주의 2024-09-26 17:49:49

    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핵심을 돌파하는 논객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녀는 1982년 즈음에 쓴 ‘전체주의에 대하여’라는 에세이에서 우선, 역사에서 추출되는 전체주의의 특징들을 지적하는데, 곱씹을 만한 항목들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둘째, 언제나...

  • [이응준의 시선] 낭만이라는 악의 씨앗 2024-09-05 17:32:56

    존 리드의 , 에드거 스노의 과 함께 세계 3대 르포문학의 하나인 는 스페인내전 종전 한 해 전인 1938년 4월 25일 발행됐다. 작가 조지 오웰은 종군기자로서, 공화파 민병대로서 체험한 스페인내전을 이 책에 썼다. 스페인내전은 복잡한 성격과 혼란한 구성을 지닌 전쟁이었다. 만약 인류가 거기서 뭔가를 제대로 배웠다면...

  • [이응준의 시선] 거대한 착각 2024-08-15 17:20:33

    제33회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잘린 목을 든 채 창가에 서 있었다. 센 강변 콩시에르주리에서 연출된 이 가관은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짜뉴스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악마화’에 팩트는 소용이...

  • [이응준의 시선] 운명 2024-07-25 17:55:30

    30년 전, 이십대 중반이던 그는 환란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도맡아 병구완해드리던 어머니는 비극적으로 돌아가시고,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학업마저 중단한 채 반지하 단칸방에서 쫓겨나 낯선 곳들을 떠돌았다. 어디서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캄캄했다. 그나마 버틴 건 젊음 덕이었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그것마저...

  • [이응준의 시선] 저들보다 더 나쁜 우리 2024-07-04 17:39:09

    2009년 출간된 장편소설 에는 다음과 같은 일부 내용이 나온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 통일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북한 출신 인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체주의적 트라우마’에서 ‘완전하게는’ 벗어나질 못한다. 북한군 장교였던 주인공 리강은 김일성의 미라를 참배하며 펑펑 눈물을 흘렸더랬다. 통일...

  • [이응준의 시선] 견딤 2024-06-13 18:33:16

    1995년 4월 25일 초판 발행된 민음사판 밀란 쿤데라의 뒤표지 날개에는 이 소설에 대한 르몽드의 서평 일부가 실려 있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중국에 추앙추라는 신묘한 화가가 있었다. 그에게 황제가 게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다. 추앙추는 열두 명의 시종과 집 한 채와 5년의 시간을 요구했고, 황제는 이를...

  • 서울대병원 "뇌경색 환자, 사는 지역따라 병원 도착시간 달라" 2024-05-31 11:12:25

    불과했다. 서울대병원은 정근화 신경과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팀이 2012~2021년 전국 61개 병원에서 한국뇌졸중등록사업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14만4014명을 분석했더니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뇌경색 치료는 4.5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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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응준의 시선] 고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2024-05-23 17:46:10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희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열외로 한다면, 사무엘 베케트의 라는 대답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또한 문학 고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읽어본 사람은 드문 경우라면 여기서도 는 정답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그러나 는 읽지 않았으면서도 읽은 척...